[인터뷰] ‘한국 최초’ 심판 강사 김동진, “경쟁력 반성하고 고민해야”
[스포티비뉴스=허윤수 기자] “한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는 만큼 한국 심판도 달려가니까 나아질 거예요. 월드컵을 10회 연속 나갔는데 강사, 심판 하나 없으면 되겠습니까?”
22명의 선수가 누비는 그라운드 안. 유일하게 제 편이 없는 이가 있다. 바로 심판이다. 물론 오심으로 인한 비판은 피할 수 없지만 제대로 된 판정을 내려도 상대 팀의 원성을 듣는다.
어느덧 불신의 상징이 된 심판. 냉정한 자아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그 시작점이 되고자 하는 김동진 주심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동진 주심은 최근 막을 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 그는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하는 심판들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경기 흐름을 읽으면서 판정 때 표정이나 동작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러니 선수들도 동요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가나전 마지막 코너킥 장면도 물었다. 그는 “판정은 규칙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정도 판정이지만 운영 능력이 섬세하지 못했다. 만약 잉글랜드 팀이 같은 판정을 받았다면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라고 돌아봤다.
한국 심판계의 현실에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동진 주심은 “한국 심판이 없는 게 마음 아프기도 하다. 결국 국내외적으로 잘하려면 심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기회는 만들면 되니 준비해야 한다. 훗날 한국 심판이 담당하는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가고 싶은 꿈도 있다”라며 한국 심판계의 현주소를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서 한국 심판은 자취를 감췄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심으로 활약한 정해상 심판 이후 12년이 흘렀다. 주심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2 한일 월드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메말라가는 한국 심판계에 작은 싹도 돋았다. 이달 초 김동진 주심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초청을 받아 엘리트 심판 강사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김동진 주심은 “세계 대회 경험이 없으면 초청받기가 힘들겠더라. 나도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을 다녀왔다. 처음이다 보니 정보가 없어서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엘리트 심판 강사 세미나는 AFC 소속 심판을 가르치는 강사를 선별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고 초청받았다고 강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3박 4일의 세미나 기간 쉴 새 없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김동진 주심은 “일정이 쉽지 않다.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빡빡하다. 숙제도 있다. 실기, 필기, 회화, 면접까지 본다”라고 말했다. 안동과학대학교 축구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학생들의 심정을 정말 이해했다. ‘시험 문제는 쉽게 내야겠구나’라고 느꼈다. 심판 보는 게 낫다고 느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교수 신분으로 자리를 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안동과학대의 권상용 총장님께서 축구를 정말 좋아하신다. 이번에도 마음 편히 다녀오라고 배려해주셨다. 또 학생들의 심판, 교육자 강습회도 전액 지원해주신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동진 주심은 강사뿐만 아니라 심판 평가관 자격도 함께 얻었다. 월드컵 심판 배정 때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셈이다.
김동진 주심은 “매일 시험을 봐서 한 15번 정도를 치른 거 같다. 경기 전후 피드백을 어떻게 줄 것이고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해 가르칠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했다.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영어로 해야 했고 다음 날엔 제대로 실행하는지까지 평가했다”라며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세미나 참석자는 총 48명. 그중 일본은 8명, 호주는 6명이 초청장을 받았다. 이외에도 홍콩이 4명, 중국, 인도가 3명이었고 필리핀, 팔레스타인,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도 자격을 갖췄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몇 명이 말레이시아로 갔을까. 단 두 명이었다. 그중 한 명은 풋살의 김장관 심판이었다. 즉 축구에선 김동진 주심 한 명이 다였다. K리그 경쟁력과 10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모습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김동진 주심은 “한국 축구가 앞서가는 만큼 심판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판정 상황이 나오고 팀 전술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심판의 움직임도 달라져야 한다. 이런 교육 분야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나부터 더 많은 후배가 국제 무대에 설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동진 주심은 “심판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각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런 점과 한국 심판이 월드컵에 가지 못한 걸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정보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느꼈다. 세미나 경험도 브리핑을 통해 알리고 싶다.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뒷받침하고 축구 외교에서도 도움이 되고 싶다”라며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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