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계약’ 꼬리 달고···위태롭게 급가속하는 플랫폼노동
2022년 플랫폼노동자 수가 전년 대비 20.3% 증가한 약 80만명으로 조사됐다.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플랫폼노동시장 전체가 급성장했지만, 정작 플랫폼노동자 절반 이상은 계약을 맺지 않거나 계약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취업연령(15~69세) 국민 5만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조사했다.
노동부는 이번 조사에서 플랫폼노동자를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 대가나 보수를 중개하고, 중개되는 일이 특정인이 아닌 다수에게 열려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조사 결과 2022년 플랫폼노동자는 약 79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약 66만1000명보다 13만4000명(20.3%) 늘었다. 15~69세 취업자의 3.0% 규모다.
한 해 동안 중년 남성의 유입이 늘었다. 남성이 59만명으로 74.3%, 여성이 25.7%였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증가폭이 35.3%로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증가세는 30대가 31.0%, 50대가 21.5% 순이었다. 반면 15~19세는 57.19% 감소했고 20대도 11.3% 줄었다.
직종별로 보면 배달·배송·운전이 51만3000명(64.5%)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서비스(통·번역·상담 등)가 8만5000명(10.7%), 웹 데이터 입력 등 단순작업이 5만7000명(7.2%), 가사·청소·돌봄이 5만3000명(6.7%) 등 순이었다.
직종별 증가율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배달·배송·운전직종은 2.2% 증가에 그친 반면, 가사·청소·돌봄 직종은 무려 89.3%가 늘었다. 웹 기반 미술 등 창작활동(89.5%), 웹 데이터 입력 등 단순작업(83.9%)도 증가세가 뚜렷했다. 노동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배달이 줄고 가사노동이 늘었으며, 웹 영역에서 일감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노동자 57.7%는 플랫폼 일자리를 주업으로 일했다. 노동부는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의 50% 이상이거나 주 2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주업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주업형’ 플랫폼노동자는 작년 대비 47% 증가했다.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전체의 25% 미만이거나 주당 10시간 미만 일하는 ‘간헐적 참가형’도 21.2%로 전년 대비 91.9% 폭증했다. 반면 플랫폼 일자리 수입이 25%이상~50%미만이거나 주당 10시간 이상~20시간 미만 일한 ‘부업형’은 21.1%로 전년 대비 35.8% 줄었다.
플랫폼노동자들은 계약을 맺지 않거나 모른 채 일했다. 계약형태를 묻는 말에 ‘어떤 계약도 맺지 않았다’ 또는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3.4%로 전년 42.3%보다 크게 늘었다.
플랫폼 노동시장의 평균 임금은 상승했다. 한 해 동안 플랫폼 노동으로 번 월 평균 수입은 146만4000원으로 전년 123만1000원보다 18.9% 늘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을 오래 해 온 이들은 수입이 전보다 줄었다고 했다. 1년 이상 플랫폼노동을 해 본 응답자들 중 “최근 3개월(9월~11월) 동안 1년 전에 비해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0%로, 수입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24.7%)보다 약 2배 높았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일을 오래 한 응답자는 배달업종에 많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최근 플랫폼 노동시장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단순 중개·소개·알선으로 일감을 구한 이들까지 더하면 플랫폼노동자는 훨씬 많아진다. 노동부는 이 같은 ‘광의의 플랫폼노동자’가 약 292만명이라고 봤다. 전년도(약 220만명)에 비해 약 72.2만명(32.9%) 증가했다.
김유진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플랫폼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직종별 표준계약서 제‧개정, 공정한 계약 관행 형성, 안전한 일터 조성 등 법‧제도적 보호 기반을 내년부터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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