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이재민들의 길고, 고단한 한 해 [2022 마음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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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대부분 비슷한 심정이겠지만 세상살이 근심·걱정과 각종 사건 사고를 들여다보고, 정리·기록해 전하는 일을 밥벌이로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2022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올봄 겪은 산불이 할머니에게는 일평생 가장 큰 뉴스 중 하나이며 2022년 또한 고되고 힘든 한 해로 기억되리라는 걸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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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대부분 비슷한 심정이겠지만 세상살이 근심·걱정과 각종 사건 사고를 들여다보고, 정리·기록해 전하는 일을 밥벌이로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2022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베이징 겨울 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 등 각종 국제적 스포츠 행사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 대통령 선거와 취임식 등 대형 정치 행사, 동해안 대형 산불과 힌남노 등 태풍 피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호남 지역 가뭄 등 각종 기후 재난에 지난 10월 이태원 참사까지 온갖 뉴스가 한 해에 일어났다.
사진뉴스팀장으로 내근을 주로 하던 올 한 해 그 많은 뉴스 중 내가 카메라로 직접 취재한 가장 큰 현장은 지난 봄 일어난 울진 동해안 산불이다. 지난 3월 초 일어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산과 골을 넘어 울진과 동해안 일대를 휩쓸며 열흘 이상 계속됐다.
취재 이튿날이던 지난 3월 6일 대부분의 집이 불타 버린 울진군 북면 소성1리 마을을 찾았다. 쥐새끼 한 마리 없이 불타버린 조용한 마을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외지에 사는 아들과 함께 불타버린 집을 확인차 찾아온 주민인 한 할머니를 만났다. 불길에 내려앉은 지붕 안에는 잿더미만 가득했다. 집 내부를 살펴보던 할머니는 속도 까맣게 타버렸겠지만, 어르신은 의연하게 현장을 살폈다. 금붙이를 놓아뒀음직한 집 어딘가를 꼬챙이로 쑤셔보고는 잿더미 외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그나마 화마를 피한 앞마당 장독대 안의 간장을 거두어 다시 읍내 이재민 보호소로 떠났다.
올봄 겪은 산불이 할머니에게는 일평생 가장 큰 뉴스 중 하나이며 2022년 또한 고되고 힘든 한 해로 기억되리라는 걸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산불 이재민들이 아직까지 마을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과, 산불 재난경험자들을 대상으로 마음 회복·치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는 뉴스는 그 어려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을 할머니의 힘든 한해가 어서 가고, 내년에는 울진 동해 등 동해안 산불 피해 주민들이 다시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22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끝자락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아 연재합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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