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이 예술로…‘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2. 12.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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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이후 일주일간 글로벌 1위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 파시즘에
자유·사랑으로 맞선 피노키오
스톱모션 매력 듬뿍···어른 위한 동화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사진제공=넷플릭스>
“저는 갇히지 않을 거예요. 창문을 깨고 나갈 거라고요.”

자유로운 영혼과 순수한 마음을 지닌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21세기에 걸맞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된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멕시코 출신 거장 감독의 기묘하면서도 따뜻한 색채가 그대로 담긴 스톱모션 애니매이션 영화다. 글로벌 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영화는 공개 이후 8일간 전세계 1위를 기록한 뒤 27일 현재 4위를 이어가는 등 반응이 뜨겁다.

살아 움직이는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아버지 제페토 몰래 서커스 단장 꼬임에 넘어가 온갖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줄거리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짓말이란 긴 코처럼 빤히 보이는 것”이라는 교훈 외에도 반짝이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사진제공=넷플릭스>
작품은 세계 2차 대전이 벌어지던 이탈리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복종(obey)’이라는 표현이다. 말하는 귀뚜라미 크리켓이 던지는 조언 (“아빠 말씀을 따라야지”)을 비롯해 악덕 극단장의 일갈(“널 조종하는 건 나”), 마을 시장의 “내 명령에 복종 하다보면 완벽한 군인이 될 것”이라는 호통에 피노키오는 자유와 사랑, 우정으로 맞선다. 평화롭던 마을에 떨어진 포탄, 담벼락에 그려진 선동 벽화와 팔을 앞으로 뻗어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성당 신부님 등을 통해 감독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렸다.

아이보다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동화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걸 무서워할 때가 있다” “인간의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 등과 같이 등장인물들이 읊는 주옥 같은 대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까지 수없이 선보여진 다른 버전의 ‘피노키오’와는 달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매력이 크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귀엽고 앙증맞은 피노키오가 아닌, 나무의 결이 울퉁불퉁 살아있는 투박한 피노키오가 화면 속을 걸어 다닌다. 델토로 감독은 스톱 모션 기술에 대해 “손수 만든 인형이 주는 질감적 특성과 깎고, 새기고, 색을 입히는 아름다운 공예 기법”이라며 “불완전함이 주는 아름다운 표현 기법이 관객에게 진심으로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목소리 출연으로 영화를 빛낸 라인업도 귀를 즐겁게 한다. 이야기 해설자이자 감초 역할을 맡은 귀뚜라미 크리켓 역에 이완 맥그리거와 서커스 단장 역에 크리스토프 발츠, 제페토 역에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출연한다. 피노키오의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푸른 요정과 죽음의 요정은 틸다 스윈턴이, 유랑단의 원숭이는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다.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사진제공=넷플릭스>
서정적인 노래와 가사가 흘러나오면 아버지와 아들이 나오는 장면장면마다 따뜻한 뮤지컬로 바뀐다. 나지막이 흥얼거리듯 이어지는 선율부터 서커스 무대, 바다 위 고래 뱃속, 솔방울이 가득한 숲에서 펼쳐지는 노랫소리는 포근한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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