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폭설에 고립된 외딴 오두막조차 ‘따뜻’

2022. 12.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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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맘때 일본으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도쿄 외곽에 살던 지인이 돈 아깝게 왜 호텔에서 자냐며, 당신 집 방이 하나 비었으니 와서 묵으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혹한의 추위에서도 외부 활동을 몸 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보금자리 덕인 것 같다.

그것의 온기는 우리 몸만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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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국, 설경, 40×80㎝, 종이에 수채, 2014.

이재언 미술평론가

오래전 이맘때 일본으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도쿄 외곽에 살던 지인이 돈 아깝게 왜 호텔에서 자냐며, 당신 집 방이 하나 비었으니 와서 묵으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호의를 외면할 수 없어 신세를 지기로 했다. 하지만 잠자리는 평안하지 못했다. 살을 파고드는 웃풍이 어찌나 매섭던지. 어려서 잠시 살았던 다다미방과는 달랐다.

그냥 살 때는 모르다가 바깥 세계에 가면 우리의 온돌 난방이 그리워진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혹한의 추위에서도 외부 활동을 몸 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보금자리 덕인 것 같다. 폭설에 고립된 산골의 저 외딴 오두막조차도 부뚜막 온기가 있는 한 꿋꿋하다. 그것의 온기는 우리 몸만 따뜻하게 하는 게 아니다.

수채화가 박동국은 눈이 오면 산간 오지를 찾아 화폭에 담느라 바쁘다. 평범한 설경이 눈부신 것은 사람의 흔적이 있어서다. 겨우내 쌓이는 눈 속에서 영위되는 강인하고 위대한 삶의 궤적들이 감동적이다. 삭풍도 한설(寒雪)도 우리에겐 한 철 선물일 뿐. “그래. 머지않아 사라질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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