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로 기업체질 바꿔...‘리스펙트’ 받는 회사 만들것” [人터뷰-이우현 OCI 부회장]

2022. 12.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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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새 먹거리 찾기’ 진두지휘
이사회 화학부문 신설법인 안건 의결
지주사 각 분야 적재적소 인재 배치
태양광업황 긍정적...위기·기회 공존
각종 규제로 국내 제조업 암울한 미래
주주·고객과 소통...접점 늘려 나갈것
이우현 OCI 부회장이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내실 있는 분야에 집중해 네덜란드 ASML처럼 주요 고객사로부터 ‘리스펙트’를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섭 기자

재계 43위 OCI그룹은 올해 증권가에서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기업 중 하나다.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테마주로 분류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11월에는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재계 지배구조 변화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OCI는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기업체질을 바꾸고 핵심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새 먹거리 찾기’를 진두지휘하는 이우현 OCI 부회장은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주주분들에게서 ‘왜 수소나 2차전지사업을 안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아무리 유망한 분야라고 해도 거기에 속해 있는 모든 기업이 ‘해피패밀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부회장은 동양제철화학(OCI그룹의 전신)의 창업자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손자로, 오너 3세 경영인이다. 그는 “단순히 주가부양을 위해 ‘화려한’ 사업을 좇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내실 있는 분야에 집중해 네덜란드의 ASML처럼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리스펙트(존경)’를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지주사 구조로 전문인력 적재적소 배치, 인재 영입 활발”=OCI는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화학 부문(베이직케미칼·카본케미칼)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화학 부문을 제외한 도시개발·에너지솔루션 분야와 자회사 관리 등은 존속법인인 OCI홀딩스(OCI에서 사명 변경)가 맡고, 기존 화학 부문을 품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OCI가 될 예정이다. 분할비율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각각 69 대 31이다. 이 안건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할 경우 ‘대주주→OCI홀딩스→OCI’의 지배구조가 되면서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다.

이 부회장은 인적분할 결정과 관련해 “저희에게 굉장히 성격이 다른 4개의 사업 분야가 있다. 지금까지는 한 회사의 사업부 안에 (4개 분야가) 다 묶여 있었다”면서 “케미칼 전문경영진이 에너지솔루션사업도 보고 도시개발사업도 챙기고, 이렇게 한 군데에서 관리하다 보니 적합한 사람을 데려다 놓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자체적으로 바이오사업팀을 꾸리고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이런 문제들이 겹치면서 상당수가 그만두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지주사 구조를 통해 각 분야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인력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신설법인의 대표이사부터 각 분야 본부장급 등에 대해 외부에서 계속 영입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사에 대해서는 “서비스 분야 전문가인데 아직은 사인을 안 하셔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새 경영진의 프로필이 나오게 되면 (주주분들이) 조금은 더 좋게 생각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적분할 결정과 관련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할 목적이었다면 지주사를 3으로 가져가고 사업회사를 7로 가져가는 것이 (지배력 강화에) 훨씬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신설회사의 밸류(기업가치)가 크면 클수록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주사의 지배력이 훨씬 올라가는데 그런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면서 “두 회사가 워낙 이질적이기 때문에 그렇게(3 대 7 비율) 할 수 없었기도 하고, 또 회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지주사를 더 크게 가져간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업황 내년도 좋을 것, ‘G2 갈등’ 기회이자 위기”=OCI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 3조3437억원, 영업이익 632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대비 매출 50%, 영업이익 55%가 각각 급증했다. 특히 태양광시장 업황이 살아난 것이 실적 반등에 효자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 부문은 3분기에서만 영업이익 2010억원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올해 나름 열심히 성과를 내려고 했고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내년에도 성적이 잘 나오려면 업황도 좋아야겠지만 잘하는 분야와 못 하는 분야의 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OCI는 지난 2020년 업황 악화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하는 군산공장(연산 기준 5만2000t)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일본 도쿠야마로부터 인수했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공장(연산 3만5000t)이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며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말레이시아로 파견나간 분들과 국내에서 현장을 지원하는 분들이 엄청난 노력을 했다”면서 “현지에서는 코로나 봉쇄로 공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는데 이분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도쿠야마가 운영할 때보다) 생산성이 2~3배 좋아지고 원가도 크게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태양광시장 전망과 관련해 그는 “시황 자체는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향후 5년 동안 최하 연 6%에서 최대 8%까지 해마다 전기요금이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태양광발전 단가가 떨어지고 있어 전 세계에서 소형 태양광발전소가 그야말로 하루에도 몇 백개씩 만들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친환경 발전은 옛날처럼 정부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만드는 전기 자체의 가격경쟁력 자체가 좋아서 시장이 크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태양광발전 단가는 ㎾당 20원 정도인 반면 한국은 200원 가까이 나온다. OCI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솔루션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시황이 좋더라도 중간중간 힘든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폴리실리콘은 셀(태양전지)을 만들기 위한 태양광용 웨이퍼에 들어가는데 현재 이 시장의 95%를 중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그는 “중국 업체를 거치지 않고서는 사실상 태양전지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기회는 주어졌는데 여기에서 얼마나 더 쟁취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대론 韓 제조업 미래 암울, 주주·고객과 소통 접점 늘릴 것”=이 부회장은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겸임하는 등 외부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국 제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법인세 등이 한국 대비 투자환경이 긍정적이고 기업친화적”이라면서 “특히 그곳에서는 전기요금을 10년 장기 공급으로 확정 짓는데 제조업을 하는 입장에서 내 원가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은 당장 내년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규제도 공장을 관리하는 분으로서는 굉장한 부담”이라면서 “원가경쟁을 해외 기업과 하는 제조사로서는 결국 한국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OCI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내년이면 사장 취임 10년째를 맞는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실적이 좋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면서 “새로운 사업을 계속 찾아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업에서 최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돼서 각 부문이 큰 걱정 없이 굴러갈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조금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주주·고객과의 소통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요즘 주주와 고객에게 잘하는 길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분들이 저희에게 가장 섭섭한 게 결국 주가일 것 같다”면서 “배터리나 수소를 하겠다고 하면 주가가 오르긴 하겠지만 그게 진정으로 주주를 위한 길인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회사 같은 제조업회사인 테슬라의 경우처럼 업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저희가 이번에 서비스업에 계신 분을 새로 모시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데 결국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정태일·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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