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도발도 대내외에 함구…'성공적 작전' 못했나
김정은, 전원회의·보고대회 일정 소화…결속 행보에 더 집중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은 전날인 26일 남측에 내려보낸 무인기에 대해 27일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당초 기대했던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해 이를 함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는 전날 남하해 한국 영공을 누빈 무인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18일에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 이튿날 군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서울과 인천 일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토대로 정찰위성 기술이 '조악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이를 반박하면서 우리 측을 비난하는 막말 담화를 냈다. 그는 당초 실험의 목적은 새로운 발사체를 시험하거나 고해상도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자신들의 행보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후 북한은 23일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데 이어 이번엔 무인기까지 보내며 무력도발을 이어갔다. 다만 이에 대해 별도의 보도를 하지 않고 대내외에 함구하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북한이 새 무기의 성능이나 전략전술을 시험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한을 향한 무력 과시와 도발 자체를 목표로 단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의 위성기술 및 첨단 장비 능력에 대해 북한식으로 '허점'을 찾아 드러냄으로써 조악함에 대한 평가에 맞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이후 신형 탄도미사일 2발 실험은 실패로 추정되며 무인정찰기 남하는 일련의 능력 과시용 도발"이라고 봤다.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 공개를 숨기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북한이 보낸 무인기 5대 중 4대는 강화도 인근에서 발견된 뒤 우리 군 탐지자산에서 항적이 소실됐고, 1대는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가 다시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 무인기에 항공촬영을 위한 광학장비나 공격용 무기가 탑재됐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건은 서울 북부까지 진입했던 1대가 유의미한 사진을 촬영했을지 여부다.
앞서 북한이 '정찰위성 시험'에서는 우리 측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만큼, 이번에도 무인기가 찍은 서울 일대의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우리 측 여론에 부정적인 파장을 의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 군이 무인기의 남하에 물리적인 대응을 하면서 북한이 사진 촬영 등 당초 원했던 수준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군 당국은 전날 포착된 무인기가 지난 2014·17년 국내에서 발견됐던 것과 크기(날개폭 1.9~2.5m, 동체 길이 1.2~2m 등), 무게(12~15㎏) 등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상공에 진입했던 무인기는 '글라이더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는 제원으로만 보면 높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아직까지 열병식, 국방발전전람회 등 주요 계기에 신형 무인기를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과거보다 발달된 무인기를 개발하진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무인기가 작고 조악한 수준이라 이걸로는 정찰은커녕 테러도 못 할 것"이라며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 여론에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재래도발'로 북한이 향후에도 이 방식을 반복할 가능성은 다분하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올해 성과를 결산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 내부 일정을 밀도 있게 소화하면서 군사도발에 대해 특별한 선전 없이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날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은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와 사회주의헌법제정 50돌 기념 보고대회에 참석하면서 빠듯한 내부 일정을 소화했다.
혹은 추후 비슷한 행위를 반복한 뒤 결과물을 짜깁기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여지도 있다. 북한은 지난 2~3월에도 여러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시험발사를 진행한 뒤 이를 짜깁기해 대대적인 보도를 내놨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가 이번 전원회의에서 발표할 국방 관련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 국방 5개년 계획을 제시한 뒤 올해 내내 이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내년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 1호기의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정찰 및 정보 수집과 관련한 새로운 계획을 확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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