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분유·쌀 걱정...미혼모가정 덮친 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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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한파가 곳곳에 스미고 있다.
황 센터장은 "영아들만 보호하는 곳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저희는 아이들이 원 가정에서 자랄 수 있게 미혼모·미혼부와 위기 가정도 지원하는 곳"이라며 "아이들 분유와 기저귀는 물론 양육자의 생활 필수품과 의료비, 생활비 긴급 지원도 하다 보니 불황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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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30%↓...생필품 지원 감소
한국미혼모가족협회도 후원 줄어
“원래라면 쌓여있어야 할 분유가 지금은 2달 먹을 양만 남은 수준입니다. 보호 중인 영아들도 걱정이지만 매달 저희를 통해 지원을 받는 엄마와 아이들 우려도 많이 되죠.” (황민숙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장)
불황 한파가 곳곳에 스미고 있다. 미혼모·미혼부와 아이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혹독하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운 이들은 당장 분유와 쌀부터 걱정이다. 단체들도 후원이 줄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시에만 4000명이 넘는 미혼모·미혼부가 있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3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베이비박스’ 건물. 아기를 낳았지만 기를 형편이 되지 않는 부모들을 위해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운영 중인 곳이다. 분유, 젖병, 기저귀, 옷, 로션 등 각종 ‘아기용’ 물품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창고 곳곳이 비어있다. 현재 보유한 물품들은 영아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금 없이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다 보니 불황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맞았다. 올해 후원금은 전년에 비해 30%가량이 줄었다.
황 센터장은 “영아들만 보호하는 곳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저희는 아이들이 원 가정에서 자랄 수 있게 미혼모·미혼부와 위기 가정도 지원하는 곳”이라며 “아이들 분유와 기저귀는 물론 양육자의 생활 필수품과 의료비, 생활비 긴급 지원도 하다 보니 불황을 더욱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11월까지 베이비박스를 다녀간 아기들은 총 84명. 이날도 7명의 아이들이 보호사와 자원봉사자들의 품에 안겨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같은 기간 전국 미혼 가정에 보낸 베이비 케어 키트는 1082건. 한 달 평균 120여개 가정이 지원을 받고 있다. 분유, 기저귀, 물티슈와 추가 후원 물품이 정기적으로 배송된다. 중간 키트도 824건이나 지원됐다. 의료비(102건), 생활비(170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계비(17건) 등 금전 지원을 받은 가정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단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후원비는 10%, 후원 물품은 20%가량 줄었다. 개인이나 기업, 단체 가리지 않고 후원자가 줄었다. 3년 넘게 물품 후원을 하던 중소기업도 사업이 어려워져 지원을 중단했다.
결국 각 가정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 당장 영향을 받은 것은 물품 지원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250~300개 가정에 매달 육아 용품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2~3개월에 한번 수준에 그쳤다. 김미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코로나19로 미혼모가족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3년 내내 분유와 기저귀는 물론 쌀, 라면이 없다는 전화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사실상 ‘구호물품’ 수준인데 이마저도 보내기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립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취업 교육 등 자립 지원 사업 혜택을 받은 미혼모들은 75명 수준. 1명당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 2023년에는 40명 규모로 축소할 방침이다. 의료비, 생활비 지원은 아예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 김 대표는 “미혼 가정은 여성과 아동이라는 한국 사회 약자가 겹치는 취약계층 최후의 보루”라며 “미혼모·미혼부 개인, 아이 1명이 아니라 가정 전체를 살리는 의미에서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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