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때 올린 제 영상 지워주세요…내년 4월 '잊힐권리' 도입

기사내용 요약
SNS에 올린 내 아이사진…개인정보 유출·범죄 노출 위험
내년 4월부터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2024년부터 부모가 올린 게시물도 삭제 가능

'셰어런팅' 논란에 따라 정부가 '잊힐 권리'를 지원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우리 00이, 토실토실한 엉덩이 정말 귀엽죠?"

무심결에 자랑삼아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아이 성장 일기. 하지만 그 아이가 예민한 사춘기가 됐을 때 공개된 그 사진과 영상이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잊힐 권리' 지원 사업에 나선다.

당장은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이 스스로 올리거나 타인이 퍼간 내 게시물이 주 대상이지만, 내후년에는 부모가 올린 자녀 사진과 영상도 지울 수 있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내년 4월부터 적용

2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아동·청소년이 올린 게시물을 삭제 또는 숨김처리해 주는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개시한다.

지원 대상은 온라인 게시물에 포함된 개인정보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아동·청소년이다. 삭제할 수 있는 게시물은 아동, 청소년이 스스로 게시한 글과 사진, 영상 등이며, 본인이 올린 글을 타인이 링크하거나 복제해서 다른 게시판에 올린 글도 해당이 된다.

이를 시작으로 위원회는 오는 2024년부터 부모 등 보호자가 올린 게시물 즉 '셰어런팅' 게시물도 삭제 지원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자기의사와 무관하게 온라인에 올려진 게시물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범죄에도 노출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SNS에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오버셰어링(Oversharing)'과 육아를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일상을 SNS에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해 만 0~11세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6.1%의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84%가 자녀의 사진 등을 주기적으로 SNS에 올렸는데, 42.7%가 일주일에 1회 이상 게시했다.

문제는 이렇게 SNS에 자녀의 영상·사진 등을 공유하는 것이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권리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도 있다.

영국의 다국적 금융서비스 기업인 '바클레이즈(Barclays PLC)'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일어날 신분 위조 범죄 3분의 2는 '셰어런팅'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 연구에서는 부모의 '셰어런팅'은 단순한 개인정보의 유출뿐만 아니라 데이터 브로커, 해킹, 안면인식 밀매 등 더 큰 범죄에 자녀를 노출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셰어런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유럽연합(EU)은 우리보다 앞서 부모의 행동을 처벌하는 것보다 아동의 권리 구제에 중점을 두고 '아동의 잊힐 권리'를 도입했다.

EU는 개인정보보호법(GDPR) 17조를 통해 '잊힐 권리 및 삭제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정보주체는 자신과 관련된 개인정보의 삭제권 및 확산 중지권을 가진다.

자랑삼아 올린 내 아이사진이 범죄 표적된다면…부모 스스로 경각심 가져야

정부는 부모를 포함해 보호자들이 '세어런팅'에 경각심을 가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호자의 '셰어런팅'으로 인한 자녀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과 위험성, 자녀의 의사 존중 필요성 등에 대해 교육과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호자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 수준이 아동의 인식 수준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호자 대상 아동·청소년의 연령대별 개인정보보호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민·관 아동·청소년 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디지털 시대 아동·청소년이 개인정보에 대한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안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