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의사없어 의료서비스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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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이 심상찮다.
이대로 가다간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대란 사태가 일어날수도 있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정신의학과 등 의료수가가 높은 일명 돈되는 과에만 의사들이 몰리는 것도 문제다.
의사과학자에서 임상의로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자칫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존 의료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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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휴진등 반발로 원점
20년째 발목 잡힌 의대정원
성형외과 등에만 몰리는 것도 문제
의사 부족이 심상찮다. 이대로 가다간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대란 사태가 일어날수도 있다. 오는 2035년에는 의사 수가 2만 7000명 넘게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의사를 배출하는 의과대학 정원은 20년째 똑같다.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의대 신설을 시도했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의과대학 정원 못늘리면...2035년 의사수 2만 7000명 부족=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전문의사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 4334명, 2035년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의사 부족 현상은 대부분의 진료 영역 전반에 해당된다.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을 포함한 내과계 의사가 1만 42명,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을 포함한 외과계가 8857명, 마취통증의학, 병리학 등 지원계 7450명, 일반의는 1032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예방의학과만 유일하게 150명의 초과 공급이 예상됐다. 보고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약 14.7% 증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의과대학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정부가 2022학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 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의 집단휴진, 국가고시 응시 거부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7~2050년 매년 1500명의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의사인력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조기에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정신의학과 등 의료수가가 높은 일명 돈되는 과에만 의사들이 몰리는 것도 문제다. 대한병원협회가 마감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선호현상은 여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과거보다 인기가 늘었는데 서울 주요 5대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은 150% 이상이었다. 빅5 병원의 피부과, 성형외과는 전공의 정원의 2~3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은 매년 지원율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의료분쟁 부담은 큰 반면 의료수가는 낮아 전공의들의 기피과로 전락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 대형병원도 상황이 어렵지만 지방에 있는 병원의 경우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특히 내과와 외과가 의사 부족으로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등 과기대학 의대 설립도 난관=카이스트(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추진중인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도 의료계 견제로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카이스트는 현재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포스텍도 내년도 의과학대학원 개원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에서 해마다 50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울산대학교병원과 협력을 통해 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의대 및 의사단체는 카이스트의 의대 신설이 의사정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의사과학자에서 임상의로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자칫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존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와관련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레지던트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사과학자로 양성된 인력은 전문의가 될 수도, 임상으로 갈 가능성도 없다”며 “의사과학자로 양성된 인력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의료계 반발을 일축했다.
▶병원엔 의사 부족한데, 막힌 의대 문...쏠림 현상만 심화=한편 우수 인재들의 의과대학 쏠림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대 자연계 수시모집에 합격한 112명이 의대 진학을 위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연세대에서도 자연계에서만 1110명의 추가 합격자가 발생했다. 국내 최고명문대 자연계에서 추가합격이 많은 이유는 다른 대학 의학계열로 진학을 위해서다.
과학고와 영재고 우수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심화되면서 국가 과학영재 육성 취지도 무색하게 만드는 역효과도 낳고 있다. 올해 의약계열 지원자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영재고 졸업생 21%, 한 영재고에서는 40% 가량이 의대에 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의약학계열 수시 최초합격자의 22% 이상이 영재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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