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95년생 집주인…연이은 ‘빌라왕’들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가영 기자 2022. 12. 27. 1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상황 및 요청사항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로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했던 20대가 숨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하다 숨진 ‘빌라왕’과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2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갭투자를 통해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했던 송모(27)씨가 지난 12일 숨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송씨는 등록임대사업자였지만, 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가 보유한 주택 중 세입자가 스스로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50여 채로 파악됐다. 이 중 임차인 일부는 상속 대위등기 절차를 거쳐 보증금을 반환받았으나, 아직 40여 채는 임대 기간이 끝나지 않아 보증보험 완료 기간도 도래하지 않았다. 송씨 명의 주택 중 HUG 전세보험에 가입된 주택만 해도 임차인들이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규모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씨가 사망하면서 전세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임차인들은 HUG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HUG의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를 위해선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를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사망한 탓에 이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빌라왕’ 김모씨가 보유한 주택의 임차인 중 614명이 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대위변제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139명에 불과한 것도 그 이유다.

그마저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주택 경매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한다. 통상 경매를 거치면 낮은 가격에 주택이 매매 되고, 세금 등이 우선 변제되기 때문에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경찰은 송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세입자들은 별다른 직업이 없던 28살의 여성 송씨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배후 세력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 현관에 낙찰 무효와 퇴거 불가를 주장하는 임차인들의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빌라왕’ 김씨와 송씨 외에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서울 등지에 주택 240채를 보유했던 임대인 40대 정모씨가 지난해 7월 사망해 현재까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가 참석했다.

피해자들은 “대량의 주택을 갭투자로 매입한 전세사기 가해자가 사망한 사례를 추가로 알게 됐다”며 “전세사기 임대인 사망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 임차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