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도 몸집 불린 ETF 시장…순자산 80조 시대
원유·인버스 ETF 고공행진…뉴딜 ETF '굴욕'
올해 국내 도입 20주년을 맞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어느새 8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영향이다. 증시 약세 여파로 주식형 ETF 순자산은 줄었으나, 안정적인 금리 추종형 ETF에는 뭉칫돈이 몰리면서 순자산이 대폭 불어난 게 눈에 띈다.
증시 부진으로 평균 ETF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증시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는 50%대의 높은 수익률로 승승장구했다.
금리 '빅 점프'에 자금 집중된 금리 ETF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79조509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6.9% 증가했다.
지난 2002년 순자산총액 3444억원으로 출발한 ETF 시장은 20년간 발전을 거듭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80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 1일에는 82조7000억원으로 개설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 중 순자산총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KODEX 200'으로 5조1656억원의 덩치를 자랑한다. 다음으로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3조3340억원),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3조371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2조8452억원), 'KODEX 200선물인버스2X'(2조3245억원) 순이었다.
올해는 특히 금리 ETF의 순자산총액 증가세가 눈에 띈다. 연초 1%였던 기준금리는 2.25%포인트나 올라 현재 3.2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관련기사:[2022 금융결산]①금리 '빅 점프'…자금시장 대혼돈(12월26일) 이에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금리 ETF에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금융투자협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추종하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은 올해 3조61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다음으로 만기 1일물로 구성된 무위험지표금리(KOFR)을 추종하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의 순자산이 2조8021억원 늘었다.
2022년 수익률 상위 테마 '원유', '인버스'
올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증시까지 모두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연초부터 지난 23일까지 전체 ETF 평균 수익률은 -17.02%에 그쳤다. 올해 수익률이 하락한 종목은 448종목으로 상승한 종목(79종목)보다 더 많았다.
증시는 부진했지만 원자재 ETF의 수익률은 우수했다. 올해 누적수익률 전체 1위 ETF는 원자재 ETF인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으로 62.6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누적수익률 상위 2위부터 5위까지는 증시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가 차지했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가 55.01%의 수익률 거뒀으며 다음으로 'KOSEF 200선물인버스2X'(53.85%), 'ARIRANG 200선물인버스2X'(53.62%), 'KODEX 200선물인버스2X'(53.24%) 순으로 집계됐다.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여준 상품은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한국판 뉴딜로 불리는 BBIG테마에 투자하는 'TIGER KRX BBIG K-뉴딜'로, –69.44%의 수익률에 머물렀다.
러시아와 베트남에 투자하는 ETF도 부진했다. 'ACE 러시아MSCI(합성)'은 -68.12%,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는 -61.9%의 민망한 수익률을 냈다.
총액 10조 규모로 성장한 ETN
상장지수증권(ETN) 시장 규모도 커졌다. 지난 23일 기준 ETN 시장 지표가치총액은 9조8427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1.6%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지표가치가 11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종목 수도 대폭 늘어났다. 현재 상장 ETN 종목 수는 367개로, 올해만 123종목이 상장됐다.
특히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1513억원으로 전년 443억원 대비 3.4배 늘어났다. 원자재 ETN이 시장 활성화를 견인했다. 원자재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90억원에 달했다.
전체 ETN 종목 평균 수익률은 -7.2%로 저조했다. 상승 종목은 93종목, 하락 종목은 153종목이었다.
ETN 역시 ETF와 마찬가지로 인버스 종목의 성과가 가장 우수했다. 올해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종목은 알루미늄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대신 인버스 2X 알루미늄 선물 ETN(H)'로, 99.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알루미늄 가격 변동성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나스닥 100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 종목이 뒤를 이었다. 'TRUE 인버스 2X 나스닥 100 ETN', 'KB 인버스 2X 나스닥 100 ETN', '삼성 인버스 2X 나스닥 100 ETN(H)'이 각각 81.4%, 81.2%, 67.9%의 수익률을 거뒀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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