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재무제표 뜯어보니…"몸집 커졌지만, 기초 체력은 뚝"

대한상의, 3분기 누적 상장사 재무상황 분석
매출 13%↑·영업이익 7%↓… 이자비용도 22%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매출과 자산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고 이자 부담은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들의 몸집은 불어났으나, 내실이 부실해졌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데이터평가와 함께 1,612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 상황을 부문별로 분석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매출과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내용은 악화했다. 수익성과 안정성, 활동성도 일제히 나빠졌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조사 대상 상장사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 14.0% 증가한 지난해에 이어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 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한 반면 올해는 2.3%포인트 하락,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된 모습이었다.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더 늘어나는 추세에, 영업이익 또한 떨어졌다. 분석 대상 기업의 합산 총자산은 39조 원 늘었지만, 총 부채는 40조원 증가해 부채 증가액이 자산 증가액을 앞질렀다. 지난해 3분기까지 53.5%였던 영업이익 증감률은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특히 대기업이 같은 기간 58.3%에서 -12.5%로 감소 폭이 컸다고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지난해보다 22.3% 증가한 점이 기업의 어려움을 키운다. 조사 대상 기업의 발생 이자 비용은 1분기 2조6,000억 원, 2분기 3조 원, 3분기 3조5,000억 원으로 분기마다 순이자부담이 4,000억∼5,000억 원씩 늘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 비중을 의미하는 자기자본비율이 5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하락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떨어졌다"며 "재고자산이 빠르게 늘고 재고자산 또한 크게 불어 기업의 활력도 떨어졌다"고 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환경에도 수출과 내수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며 "어렵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기업가 정신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