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치료에도 처방전이 필요해요”···2030 관심 커지는 ‘나무의사’ 직종

김세훈 기자 2022. 12. 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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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들이 나무의 건강을 확인하는 모습. 산림청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대학에서 산림학을 전공한 추민성씨(28)은 4년여 전 수업 시간에 ‘나무의사’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평소 병해충 분야 공부가 적성에 맞던 추씨는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식물보호기사부터 땄다. 이후 2년 동안 시험을 준비해 올 여름 나무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추씨는 “올해 시험장에서 보니 예년보다 응시생 연령대가 낮아진 게 느껴졌다”고 했다.

나무를 치료하는 나무의사 자격증 제도가 5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6월 전면 시행된다. 나무의사는 농작물은 제외한 모든 나무를 대상으로 피해를 진단하고 처방한다. 보호수 관리와 가로수의 병충해 방제 작업도 이들의 업무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나무에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을 살포 할때는 나무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자격증이 처음 도입된 2018년 6월 이후로 2022년 12월까지 906명의 나무의사가 배출됐다. 나무의사 제도 신설 이전에는 수목보호기술자, 조경보호기사 등이 나무병원을 운영하며 수목을 진료했다. 그러나 내년 6월 이후로는 의사가 있는 병원에서만 수목 진료가 가능하다. 의사 제도 신설 전부터 나무병원에서 10여년간 근무한 박형철씨(39)는 “향후 나무병원을 직접 개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자격이 신설된지 얼마 안돼 과도기에 있지만 점차 전문자격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했다.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관련학과 석·박사나 식물보호기사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후 산림청이 지정한 13개의 나무의사 양성기관 중 한 곳에서 150시간의 양성과정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목병리학˙토양학 등 5과목으로 이뤄진 1차 객관식 시험과 2차 서술형 및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나무의사 자격증이 발급된다.

서울지역 나무의사 양성기관인 서울대학교 식물병원과 한국수목보호협회 지원 경쟁률은 3 대 1 정도다. 한국수목보호협회 관계자는 “직장인도 들을 수 있는 주말반의 경우 경쟁률은 4~5 대 1 정도로 높아진다. 보통 2~3번 지원해서 되는 사람들이 많다”며 “2018~2019년에는 20대 지원자의 비율이 5% 미만이었다면 최근 기수의 경우 20%가 넘는 등 젊은 지원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높은 경쟁률 탓에 응시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양성 과정에 4번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완전 로또” “7~8번 지원해도 떨어진 경우도 주변에 많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산림청은 올 봄부터 매뉴얼을 개정해 양성 과정에 입교하는 총 인원의 20%까지 3차례 이상 지원해 떨어진 사람을 우선 선발할 수 있게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자격증에 대한 홍보와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가 맞물리면서 젊은층 응시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정호성 나무병원협회 회장은 “2030세대의 증가는 젊은 인재들은 양성해 전문 영역을 확립하자는 취지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앞으로 대학 커리큘럼과 연계를 강화해 관련학과 대학생들의 유입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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