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이 없는 분"…'아바타: 물의 길' 팀이 말하는 제임스 카메론 [일문일답]

김종은 기자 2022. 12. 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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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아름다운 비주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던 데에는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힘이 컸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더라도 단 한 순간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 업적을 함께 만든 두 한국인 스태프를 만나봤다.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09년 시대를 뛰어넘는 영상 기술로 1362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아바타'의 속편이다.

현재 '아바타: 물의 길'은 2주 연속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누적 관객수는 581만 명으로, 6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이 사랑받고 있는 가장 큰 비결 중 하나는 한계를 뛰어넘은 경이로운 CG와 13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3D 기술. 이는 2000여 명의 스태프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이 여정에 함께한 이들 중엔 한국인 스태프들도 있었다. CG 작업을 담당한 웨타 소속 최종진 CG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다.


▼ 이하 최종진 CG슈퍼바이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일문일답

Q. 13년 만의 속편이다. 개봉 소감이 어떤지?

최종진: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땐 엔딩 크레디트에 내 이름이 나오면 와이프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이들은 관심 있게 봐주기도 했는데 오래 하다 보니 무슨 영화를 하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일로 생각한다. 그래도 '아바타'를 한다고 하니 자랑스럽고 기뻐하더라. 아마 돌아가신 아버지도 지금 아셨다면 기뻐하셨을 것 같다.

황정록: 13년 만에 후속작으로 왔는데 코로나 등으로 힘든 일이 있었지만 잘 극복한 것 같다. 오히려 영상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아티스트로서 기쁜 마음이다. 영화를 보실 때 캐릭터들의 살아 있는 얼굴의 표정 연기를 신경 쓰며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자와 캐릭터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해 작은 표정도 구현해 냈다. 기대하고 보셔도 될 것 같다.

Q. 1편 작업에도 함께 했었는지?

최종진: 13년 전엔 다른 CG 회사에 속해 있었다. 웨타와 함께 CG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ILM에 소속돼 있었는데, '아바타' 개봉 당시 조지 루카스 감독님의 팀과 함께 다 같이 시사회를 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충격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CG와 퀄리티, 처음 겪어보는 스테레오 기술에 놀랐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혹성탈출' 제작 소식이 들려와 웨타에 지원하게 됐고 운이 좋게 합격해 이렇게 '아바타: 물의 길' 작업에도 함께하게 됐다.

황정록: 1편 참여는 하지 않았고 다른 CG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극장에서 '아바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바타' 같이 큰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고, 이렇게 함께하게 됐다.

Q. 13년간 기술의 발전은 어땠나

최종진: 너무나 많다. 그중 하나만 뽑아보라면 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엄청난 기술 발전이 있었단 점이다. 특히 '라이트 커스틱(light caustic)'이란 표현이 가능해진 게 놀라웠다. 빛이 물결을 통과하거나 반사될 때 빛이 사물에 맺히는 현상을 일컫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13년 전에도 기술 구현은 가능했지만 연산량이 너무 많아 작품에 활용하진 못했던 기술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프로젝터로 쏴서 그 반사를 이용해 이 효과를 구현해 냈다. 반면 지금은 자체 렌더러가 개발됐고, 팀 내에 관리하는 분이 있어서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빛 효과를 담당하는 아티스트들과 협의하며 가장 아름다운 빛을 찾아갔다.

황정록: 아무래도 페이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기에 표정 구현이 가장 놀라웠다고 할 수 있다. 13년 전엔 표정의 움직임이 직선의 조합으로 이뤄져 입체감을 요구하는 부분에선 아티스트들이 직접 손을 대야 했다. 한 컷 한 컷 직접 수정해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반면 이번엔 APFS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곡선의 표현도 가능해졌다. 표정의 움직임에서 시간 소모가 줄어들다 보니 더 예술적이고 심미적인 표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Q.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협업 소감은?

최종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은 워낙 눈높이가 높은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작업하기 전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나와 함께한 다른 감독님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은 그 누구보다 CG 기술에 대해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감독인 것 같았다. 게다가 나보다 CG를 많이 아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확한 디렉션이 있었고 굉장히 꼼꼼해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큰 수정 없이 효율적으로 일하기도 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디테일에도 물론 신경을 쓰지만 큰 부분을 더 많이 보시는 감독님이었다. 세세한 것에 집중하기보단 영화적인 재미에 더 초점을 맞추시고, 영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시는 감독님이셨다. 때문에 아무리 팀에서 좋아했던 샷이라 하더라도 자연스러움에 방해가 된다면 몇백 샷이 빠지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황정록: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과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특히 3년간 작업을 하며 감독님에 대해 느낀 건 질적으로 타협하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아티스트로서 정말 만나기 힘든 작업 환경이라고 보면 된다. 감독님은 늘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고,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그런 점에 있어 존경을 표하고 싶다. 피드백을 받고 해결책을 보완하면서 아티스트를 수평적인 입장으로 봐주셨는데, 사실 그게 쉽지 않다. 그 결과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생각한다.

Q. '아바타'와 차별되는 '아바타: 물의 길'만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최종진: 1편과 2편의 차이점은 단연 물이라 볼 수 있다. 1편이 수영장 정도의 구모였다면 2편은 바다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물 표현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엄청난 시뮬레이터 데이터가 필요하다. 13년 전 '아바타'의 경우 영화 전체의 용량이 1페타 바이트, 1024테라 바이트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지금은 20배 정도로 늘었다. 심지어 물을 시뮬레이션하고 렌더링 하는 데 데이터 대부분이 쓰였다. 물론 수중 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 힘들지만 비용이나 시간 등을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해 도입했기에 이런 훌륭한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영화 속 물의 99%는 CG로 만들어졌다.

Q. 앞으로 '아바타' 3편부터 5편까지 예정돼 있는데, 후속 시리즈에선 어떤 추가적인 발전이 있을 것 같은지?

최종진: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요즘 대부분의 영화들이 엄청난 CG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곤 하지만, '아바타: 물의 길'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도 더 훌륭한 CG를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말하길 0에서 90까지 가는 것보다 90에서 100으로 가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더라. 그런 면에서 우린 더 완벽해지기 위해, 100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여정에서 많은 기술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어쩌면 웨타가 가진 장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90에서 단 번에 200으로 가진 못할 거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후속 편을 위해 기울일 아티스트들의 노력은 '아바타: 물의 길'보다 높을 것이라는 점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 | 최종진 | 황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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