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용산 대통령실도 찍었나… 벌건 대낮 민낯 드러낸 방어망

박양수 2022. 12. 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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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마저 뚫려 대응 의문
軍 "민간피해 우려돼 수위 조절"
레이더 활용 미숙·공중전력 한계
27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10시 25분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무인기 숫자도 수 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상공보다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한복판마저 뚫렸다는 비판과 함께 군이 무인기 대응 절차에 맞춰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가장 먼저 포착된 1대는 곧장 서울로 진입했고, 북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3시간가량 남측 상공을 비행했다.

군은 이 무인기가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한 뒤, 남동쪽으로 직행해 서울로 진입하고 서울 북부를 거쳐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부'의 정확한 범위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서 계속 추적된 게 아니라 레이더상 탐지와 소실이 반복돼 동선이 선형 대신 점으로 표현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실 구간에서의 이동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한 소식통은 "해당 기체가 은평 방향으로 진입한 것은 물론 서울 한강 이북에 해당하는 용산 근처를 비행하면서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무인기가 대낮에 대통령실 일대 상공까지 넘어온 정황이 포착돼 군의 대공 방어망에 허점이 노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핵심 시설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2019년 도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 'SSR'이 배치돼 드론·무인기를 탐지하고 주파수를 무력화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맞은 이번 실전에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군은 북한 무인기 침범에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해 대응했다. F-15K와 KF-16 등 전투기는 물론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등 공격헬기까지 군용기 약 20대가 동원됐다.

KA-1 1대는 이륙 중 추락했고 이후 2대가 추가로 출격했다. 평시였다면 해당 기종 비행을 중지했을 테지만, 실제 상황이어서 계속 운용한 것이라고 군은 밝혔다.

군은 '민간 피해'를 우려해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고는 하나 북한 무인기의 목적이 불명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응이었다는 지적을 제기된다.

공중전력 위주로 격추를 시도한 점 역시 무인기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킨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 무인기 작전은 지상의 국지방공레이더와 이 레이더의 정보를 받는 벌컨포 운용 대공 방어부대에서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군은 육군·해병대의 대공 방어부대가 무인기 작전에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군은 최초 포착 이후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가한 점 등으로 매뉴얼이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평소 훈련이나 대응 매뉴얼 등을 고려하면 지상 대공 방어부대들이 북한 무인기 포착 시 사격을 시행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전시였더라면 지상 대공포가 즉시 가동됐을 수 있는데 민간 피해를 고려하면 쏠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인원을 현장 부대들에 파견해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하면서 지상 대공포 운용 관련 부분을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4월 북한 무인기가 남측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군이 내세운 무인기 대응 전력 확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군은 저고도 탐지 레이더 도입, 신형 차륜형 대공포 개발, 전파 교란을 이용하는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남하하기 전부터 포착한 점으로 미뤄 탐지 역량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4∼2017년 국내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모두 엔진 이상 등으로 추락한 것이지 군이 선제적으로 탐지·포착한 게 아니었다. 추락하지 않으면 몰랐다는 얘기다.

다만, 탐지한 무인기를 잡아낼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벌컨포를 대체할 30㎜ 차륜형 대공포는 작년 말부터 배치됐으나 이번 작전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전파 교란 무기 '재머'는 최근 체계개발이 시작된 수준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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