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CJ대한통운·SK에너지와 ‘연합’ 쿠팡 넘어선다
“도심 속 SK주유소 부지에 물류센터 만든다”
스마트스토어 확장 전략…목표는 커머스 성장
네이버, 3분기 거래액↑…쿠팡 뺀 경쟁사는 모두↓
주말배송 미지원은 한계…자사상품 우대 우려도
네이버가 CJ대한통운 등 물류 연합군(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과 ‘도착일 보장’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SK에너지와 손잡고 간접적인 형태의 물류센터 확보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소상공인(SME)에 초점을 맞춘 물류·배송 전략으로 네이버-쿠팡 양강 구도로 재편된 국내 커머스 시장을 또 한번 뒤흔들겠다는 야심이다.
27일 네이버에 따르면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와 지난 22일 ‘도심물류 서비스 공동개발 및 미래 기술 협력’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서울 등 도심 속 SK주유소에 인공지능(AI)과 첨단 로봇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물류센터를 만든다.
우선 내년 초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SME 상품을 공동집하하는 ‘더 착한택배’ 서비스를 운영한다. SK에너지가 투자한 공유 택배업체 굿스플로를 활용해 SME들의 상품을 방문 수거하면, 배송사가 이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SME들이 배송사를 직접 고를 경우 소요되는 시간, 비용을 미들마일(중간물류)로 줄여 궁극적으로 더 많은 SME의 스마트스토어 유입을 노리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SK주유소 부지에 ‘도심형 풀피먼트 물류센터(MFC)’를 구축한다. 도심 곳곳에 있는 주유소 부지를 상품 보관, 포장, 배송, 반품 등을 대행하는 거점 물류센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도심 내 1인 가구 증가로 다품종 소량 주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다만 땅값이 비싸고 여유 부지가 적은 도심에 새 물류센터를 짓는 대신 이미 핵심 자리에 위치한 데다 부지가 넓은 주유소를 점찍었다. 양사는 MFC가 확대되면 당일 도착 등 빠른 배송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공동구매, 주문 즉시 배송이 가능한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 등 새 사업모델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 중이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앞서 CJ대한통운, 품고, 파스토 등 사업자들과 전국 단위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네이버가 지난 20일 선보인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가 그 첫 결과물이다. 네이버도착보장은 더 착한택배와 마찬가지로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SME가 대상인 서비스다. SME가 판매하는 일상소비재 상품에 도착보장 태그를 붙여 소비자에게 정확히 언제까지 상품이 도착할지 알려준다.
네이버는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를 통해 SME에 판매·물류 데이터도 유료로 제공한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SME들이 입소문을 퍼트리면 스마트스토어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복안이다. 네이버는 오는 2025년까지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일상소비재의 50%를 이 서비스로 소화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서비스를 키워나갈 방침이다.
네이버는 이런 ‘판매자 중심’ 전략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이달 기준 55만개까지 늘렸다.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했다. 스마트스토어의 성장은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네이버 커머스의 전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1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는 4395억원으로 19.6% 늘었다. 이 기간 쿠팡을 제외한 SSG닷컴, 롯데온 등 경쟁사들의 거래액은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하면 경쟁사들은 역성장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본다”던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예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이건웅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사업·금융·운영에 필요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판매자 측면의 다양성을 증진시켰고, 결과적으로 네이버쇼핑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효과의 성공적인 선순환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자신만만한 네이버지만 쿠팡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확신하긴 이르다. 우선 초기 단계인 만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만 해도 이달 14일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시스템 최종점검 및 SME와의 소통을 이유로 한 차례 미뤄졌다. 예정보다 늦게 공개됐지만 미흡한 점도 많다. 도착보장 태그가 붙은 상품을 모은 전용관뿐 아니라 검색 관련 서비스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현재 통합검색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도착보장 태그가 붙은 상품들이 보이지 않는다. 쇼핑검색에서 도착보장 상품만 골라볼 수 있는 필터도 아직 없다.
쿠팡과 달리 주말 배송도 지원하지 않는다. 협업 물류사 정책에 따른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어디까지나 중개자 역할을 맡는 것이어서 영업일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협업사에게 주말 배송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다만 주말 배송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확인되면 추후에 논의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네이버가 도착보장 태그를 붙인 상품을 동일한 조건의 다른 상품보다 상단에 표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네이버쇼핑 상품 검색결과 노출순위를 제휴업체에 유리하게 조정했다는 혐의를 인정받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바 있어서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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