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성관계' 주장에 피해자 정신장애 입증한 檢…가해자 징역 7년

대검찰청 선정 11월 공판우수사례 6건
공범 3명 상호 위증 밝혀 추가 기소 사례
'해바라기센터 영상증인신문' 적극 활용 등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지적장애인을 준강간한 피고인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주장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음을 밝혀 중형의 선고를 이끌어낸 공판검사 사례 등 총 6건이 대검찰청이 선정한 11월 공판우수사례로 뽑혔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피고인이 정신장애가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피해자를 강간한 사건에서 피고인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주장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정신장애가 있음을 알지 못했고,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에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3부 김봉진(사법연수원 36기) 부장검사와 김효준(변호사시험 5회) 주임검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감정서의 감정인, 장애인기관 상담사 등 다수의 증인신문을 통해 피해자의 성 관련 인식 수준 및 판단능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피해자의 정신장애 등 사정을 피고인 역시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명확히 입증했고, 양형 관련 의견을 적극 개진해 징역 7년의 실형을 이끌어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그밖에 공범의 위증을 추가로 밝혀내거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 등이 공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인천지검 공송2부(장형수 부장검사)는 금괴밀수출입 범행의 공범 3명이 별개로 재판을 받던 중 형량을 축소하고자 상호간 위증을 해준 사건에서 접견녹취록, 통신내역 등 분석을 통해 위증공모 사실을 밝혀내 공범 3명 모두 위증으로 추가 기소했다.

군산지청 형사1부(오세문 부장검사)는 도주차량 동승자가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허위 진술한 사건에서 통화·문자내역의 분석을 통해 음주운전 상황에서 운전자의 도주를 묵인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을 밝혀 동승자를 위증으로 입건했다.

부천지청 공판부(홍승현 부장검사)는 합의를 이유로 재판이 지연된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들의 호소를 경청해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서 피해를 진술하도록 조치하고, 구형을 상향해 사업주인 피고인이 중형 선고를 받도록 했다.

창원지검 진주지청 형사1부(이동현 부장검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새롭게 실시 중인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증인신문’을 적극 활용해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가 피고인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안정된 환경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조영희 부장검사)는 피고인이 과거 동일한 주민등록증 위조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면소를 주장한 사건에서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았던 사람을 찾아 새로운 증인으로 추가 신문해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

성주원 (sjw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