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도발은 ‘허찌른 과시용’?…내년 본격 대결구도 예고편

2022. 12. 27. 10: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전원회의 “격앙된 투쟁방략”…같은날 무인기 남하
北, 한미·중러연합훈련 정찰위성·담화·미사일·무인기 도발
“말과 행동으로 보여준 것”…“동계훈련 넘어 사전 기획”
‘정면돌파전’ 노선…“도발의 일상화, 대미 장기전 대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하에 지난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가 소집됐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 무인기가 대낮에 김포·강화도와 서울 일대 영공을 5시간 넘게 침범한 초유의 도발을 단행한 것은 북한식으로 허를 찌른 과시용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무기에 대한 한국의 저평가에 대해 보란 듯이 무인기를 띄워 한미의 전술적 틈새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정찰분야 능력을 과시하며 내년에도 한반도 긴장 구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예고하고 있다.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당 중앙위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곤난 속에서 모든 것을 인내하며 실제적 전진을 이룩한 사실을 소중한 바탕으로 하여 더욱 격앙되고 확신성있는 투쟁방략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무인기 도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시점을 고려할 때 고도로 계획된 도발로 보인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전원회의에서는 말로, 무인기 도발로는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또 다른 차원의 공격적인 도발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8일 정찰위성을 발사한 후 서울과 수도원을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저해상도의 사진에 대해 ‘조악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누가 일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나”(12월20일)라고 반발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자체 위성으로 평양 김일성 광장 사진을 찍은 고해상도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정찰능력 저평가’를 만회하기 위해 23일 신형 탄도미사일 2발을 실험한 데 이어 26일 무인정찰기를 보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의 위성기술 및 첨단 장비 능력에 대해 북한식으로 허점을 찾아 드러내 ‘조악함’에 대한 평가에 맞대응의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미 공군연합훈련과 중러 연합해상훈련이 겹치는 기간에 단행한 과감한 도발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21일부터 29일까지 ‘해상연합-22’ 훈련에 견제하기 위해 한미는 21일부터 제주도 서남방의 KADIZ 일대에서 첫 공군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홍 실장은 “무인정찰기 남하는 미군 정찰 활동에 대해 공간적 허점을 드러내는 시위성 차원”이라며 “한국의 영공을 침해하며 남하한 무인정찰기는 통상적인 동계훈련 영역을 넘어선 것으로 도발을 위한 사전 기획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공격용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것이 드러났다”며 “러시아라는 대국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전쟁을 하는지, 러시아가 어떻게 상대하는지를 보고 북한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42건의 전례 없는 도발을 단행해온 북한이 내년에도 한반도 긴장 국면 조성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교수는 지난 2019년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정면돌파전’ 노선이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자신들의 방위력 발전 행위라고 주장하는 북한이 내년에도 대미 장기전을 대비한 ‘도발의 일상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면서 결국 미국을 끌어내려 할 것“이라며 ”북한의 의중은 미북 대화에 있는 만큼 그에 맞춰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결구도가 지속되는 현 상황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이 시점에서 손익 계산을 해야 한다”며 “남북 화해와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과 대립과 대결을 통해 1년간 잃은 손실 사이의 간격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미중 간 대결은 같은 민족도 아니고 분단이 된 것도 아니지만, 남북은 다르다”며 “대화 속에 해법이 있고, 대결 속에 해악이 있다”고 조언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