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 주민들 “문화재 규제로 기본권 침해 심각”
”신축은 물론 증·개축도 제한, 주거환경 악화”
송파구 민선8기 역점 사업 ‘매장문화재 해결’
서강석 구청장 “적극적 행동, 법 개정 힘쓸 것”
송파구 풍납동 주민들이 문화재청이 개발을 막아 지역이 낙후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풍납동 주민 3177명은 지난 12일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주민과 문화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청원서를 문화재청에 냈다. 풍납토성을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고, 사적 지정·매입을 추진 중인 2권역의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할 것과 사적 지정·매입을 중단한 3권역의 건축규제를 전면 해제해 줄 것, 4·5권역의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하도록 문화재 규제를 철폐할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일 주민들은 항의 성명도 발표했다. 김홍제 대책위원장은 “풍납토성 주변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 규제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지역 슬럼화를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서 “헌법상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더는 침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현재 각종 건축행위가 제한된 풍납동 토성지역에는 높이 21m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땅도 2m 넘는 길이로 팔 수 없다. 지상 약 7층 높이가 최대치인 셈이다. 주민들은 지난 20년간 복원·정비사업이 진행됐으나 큰 성과 없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고, 문화재청이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보존관리 계획도 2015년 이후 새롭게 수립되지 않아 기존 규제가 유지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문화재청과 주민간 갈등의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납토성은 한강변에 진흙과 모래를 교대로 쌓아 올린 토축 성으로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한성백제 시기 유물이 대거 출토되며 주목받았다. 1963년에는 사적 제11호로 지정됐고, 1997년 들어서는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며 토성 내 개발행위가 일절 중단됐다.
이로 인해 풍납동 일대는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가 쇠퇴했다. 현재 이곳은 토성을 중심으로 양 옆에 노후된 저층 주택이 늘어서 고층 아파트가 우뚝 솟은 인근 잠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보존정책으로 주택 신축은 물론 증·개축도 제한돼 주민들의 불편함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는 올해 민선 8기 역점 사업으로 이 풍납동 매장문화재 문제 해결을 꼽았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취임 첫날인 7월 1일부터 풍납동 주민을 만나 현장 의견을 듣고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라는 명목 아래 주민들의 기본권을 억압해 온 것은 문화재 독재”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앞서 구는 풍납토성 인근 풍납2동 복합주민센터 신축현장에서 도자기 파편 등이 출토되면서 문화재청이 공사 중단을 명령하자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은 23일 공청회를 열고 향후 5개년(2023∼2027년)간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 기본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공청회를 앞두고 관리구역 설정 및 건축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구는 앞으로 풍납동 주민들과 함께 지역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문화재보호법, 매장 문화재 조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 개정에도 힘쓸 계획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그간 행정의 무관심으로 고통 속에서 지내 온 주민들의 숙원 해결을 위해 문화재청장 면담 요청, 불편 사항 지속 건의 등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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