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극우적” 정부 앞둔 이스라엘…기업들 “차별금지 강화하겠다”

이스라엘의 차기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남부 메르카즈 샤피라 마을에서 열린 랍비 하임 드루크만의 장례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극우 정부의 출범을 앞둔 이스라엘에서 “차별금지를 강화하겠다”는 민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서 네 번째로 큰 은행인 ‘이스라엘 디스카운트 은행’이 내부 신용 정책을 업데이트해 차별금지 강화를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카드사, 자산관리사 등을 자회사로 둔 이 은행은 앞으로 종교·인종·성별·성적지향에 따라 고객을 차별하는 곳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계획이다. 은행은 “명백한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6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사이버 보안 업체 ‘위즈’도 이날 “차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와만 일할 것”이라며 “만약 이를 위반하는 회사가 있다면 사업 관계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성명에서 “최근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기본권을 무효로 하려는 요구가 나오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큰 우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오는 29일 차기 연립정부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한다. 이미 최장수 총리를 지낸 바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는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뒤 차기 총리로 지명되면서 극우파와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했다. 연정에는 극우 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정당 등이 포함돼 있어 차기 이스라엘 정부는 “역대 가장 극우적”인 색채를 띨 전망이다.

차기 정부에서 요직에 앉게 될 인물들은 이미 ‘초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종교시오니즘 정당 소속 오리트 스트룩은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성소수자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할 것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진료할 수 있는 다른 의사가 충분하다면” 종교적 신념을 어겨가면서 성소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병원과 의료 업체들은 “우리는 모두를 치료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개발센터장인 미할 브라버만-블루멘스티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종주의와 차별을 조장하는 담론은 제대로 된 사회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차기 정부의 극우 구성원들이 성평등과 소수자 권리를 폄훼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스라엘의 주요 기업들이 내부 차별금지법의 강화를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정부의 극우성향에 대해선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도 “성소수자 집단 등에 대한 차별적인 선언이 극도로 우려되고 걱정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네타냐후 차기 총리는 일부 극우적 발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가디언>은 “민족주의적이고 종교적으로 극단적 정통파 성향인 연정 파트너들을 제재하기에 네타냐후는 너무 약하다”고 평가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