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아바타2’의 수중 장면 촬영 비밀은?
섬세하게 나비족 CG 구현
아바타2는 더욱 정교해진 CG와 함께 다양한 시각 기술도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는다. 아바타 제작에 쓰인 비주얼 기술은 엄밀히 말하면 시각효과 기술 'VFX(Visual Effects)'다. VFX란 실생활에 존재하지 않는 화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VFX를 통해 실제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경, 사물, 생물,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판도라 행성을 배경으로 한 아바타 시리즈의 경우 VFX가 주축이 된다.
CG는 VFX의 한 방식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생성된 일러스트레이션, 삽화 또는 구성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이번 영화를 위해 웨타FX는 800개 넘는 컴퓨터 생성 캐릭터와 상세한 CG 설정을 자랑하는 1800개의 시각효과 샷을 만들었다.
아바타 시리즈는 가상세계와 가상 캐릭터인 나비족을 구현해야 하기에 시각적으로 더욱 섬세한 묘사가 필요하다. 일례로 웨타FX는 나비족의 파란색 피부가 플라스틱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조명을 설정하기 위해 하와이 열대우림에 직접 가 빛이 식물에 반사되는 방식과 하늘에서 빛이 얼굴로 내리쬐는 방식을 연구했다. 그 결과 얼굴을 제대로 표현하는 작업에 흰색과 함께 녹색 반사광을 적용했다고 한다.
캐머런 감독은 비디오 프로덕션 '스튜디오 바인더'를 통해 "CG 및 실세계에서 가상의 캐릭터와 함께 완전한 실사 촬영을 하는 진정한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며 "목표는 결국 관중이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CG가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가짜 이미지를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자 장면에 실세계의 일부 요소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CG로만 처리할 경우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모션 캡처 기술은 실제 동물이나 사람의 연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기반으로 CG로 제작하는 캐릭터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더욱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모션 캡처를 위해 연기자들은 블루 스크린(blue screen) 역할을 하는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특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슈트에는 적외선을 반사하는 마커들이 표시돼 있다. 배우가 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팀은 이전보다 6배 큰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세부적인 움직임과 얼굴 표정 등을 3D 카메라 여러 대가 촬영한 다음 디지털 그래픽으로 그 위를 덧입히는 원리다.
난도 최상인 수중 모션 캡처
아바타2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이 배경이다. 그동안 물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부분 건식 촬영 기법(dry for wet)으로 제작됐다. 배우가 와이어를 사용해 공중에 매달린 채 물속에 떠 있는 듯한 연기를 하면, 나중에 CG 작업으로 물을 그려 넣는 방식이다. 물속에서 직접 연기하고 촬영해야 하는 고충이 없는 대신, 물속 느낌을 나타내기 위한 물리학과 사실적인 조명 효과 등을 구현하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수중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는 광학 왜곡 없이 촬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소니 시네알타 베니스 3D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해상도와 이미지 품질 부분에서 IMAX(초대형 스크린 방식을 이용한 촬영) 표준을 충족한다. 제작팀은 물속에서 원활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다기능 잠수정과 원격으로 작동하는 수중 차량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디지털 풍경과 실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상현실 카메라도 설치했다.
1년간 수중 촬영 문제 해결
모션 캡처를 인식하는 방식인 적외선이 물에 흡수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했다. 이에 물속에서는 카메라 센서에 의해 포착되는 자외선으로 바꿨다. 또 퍼포먼스 캡처 시스템이 물 아래에서는 작동하지 않아 2개의 서로 다른 장치를 만들었는데, 이때 두 장치가 서로 동기화되게 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거쳤다. 예를 들어 물속으로 점프를 하면 수면 위아래에서 함께 캡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바타2'에서 프리다이빙 전문가로 작업한 커크 크랙은 "캐머런 감독은 마치 1500명의 사람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미켈란젤로 같다"며 "‘아바타2'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물리학과 움직임이 모두 이해될 때까지 촬영을 멈추지 않은,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영화"라고 말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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