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조클럽 증권사…올해는 하나도 '없다'
내년도 보릿고개…고금리·업황 개선 쉽지 않아
주식 거래대금 위축과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조달시장 경색 한파가 몰아친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도는 '1조클럽' 증권사가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익 1조원을 돌파한 증권사가 5곳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업황 악화를 실감할 수 있다.
작년 1조클럽에 가입한 5개 증권사와 더불어 지난해 9000억원대 영업익을 기록한 메리츠증권 등 총 6개 증권사는 연간 영업익이 전년 대비 4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3분기 채권 운용에서 큰 손실을 본 NH투자증권의 경우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은 9000억원대 영업익을 달성해 선방이 예상된다.
6대 증권사 영업익 작년보다 40% 급감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6대 증권사 연간 영업익은 총 4조68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익 합계인 7조7669억원 대비 39.7% 감소한 규모다.
금융투자업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영업익 1조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없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1조4855억원)을 필두로 삼성증권(1조3087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939억원) , NH투자증권(1조2939억원), 키움증권(1조2089억원) 등 총 5곳이 1조원 이상의 영업익을 달성했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1조1171억원의 영업익을 낸 데 이어 2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익을 기록한 바 있다.
6대 증권사의 영업익은 2년 전과 비교해도 저조하다. 2020년 이들의 영업익 합계는 5조235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10.5% 뒷걸음 쳤다. 다만,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3조9164억원)보다는 19.6% 증가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영업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올해 연간 영업익 전망치가 5165억원으로 전년대비 60.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대규모 상품 손실을 떠안았다.
9000억원대 영업익이 예상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이다. 이들의 연간 영업익은 9790억원, 9470억원으로 전망된다. 예상을 깨고 1조클럽에 입성할 수 있을지는 4분기 실적에 달려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의 1~3분기 누적 영업익은 각각 7558억원, 8235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몇 년간 전례없는 호황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던 증권업계는 올해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에 따른 역기저효과에 쓴웃음을 짓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영업익 1조원 달성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새롭게 취임할 때 내거는 꿈같은 슬로건이었다"며 "호황을 누린 지난 2년 동안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감익폭이 커져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보릿고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가 힘겨운 한 해를 보냈지만 아직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에도 고금리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국내 증시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초 26조원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초 11조원대, 현재 6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투자은행(IB) 부문의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이후 IB 부문에서 상당 비중을 자랑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증권사가 보증을 선 PF 유동화증권이 차환 발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2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 보증 PF 유동화증권 물량은 11조9000억원이다. 내년 3월까지 기간을 확장해서 보면 총 31조7000억원어치의 만기가 다가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년간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영업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조달비용 상승, 부동산 시장 조정으로 인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은 기업공개(IPO) 시장이 반등할 경우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지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해 채권 평가손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은 한 줄기 빛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높은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경기 여건상 앞으로의 상승 속도는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채권 운용 부문은 금리 상승세 둔화 시 이익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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