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지방 제조회사 사장의 고민
30년 넘게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자동차 기기 부품 회사인 A기업은 작년부터 인력 운영으로 매우 힘들어 한다. 생산 공정 뿐 아니라 사무직 젊은 직원들이 퇴직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경기 북부 지역으로 자가가 아니면 서울까지 교통 수단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주변에 젊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문화 시설이나 유흥 장소가 많지 않아 젊은 직원들이 잘 지원도 하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경쟁률이 10:1이 넘을 정도로 회사가 안정적이고 연봉 수준도 높고 복리후생이 좋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코로나 19 이후 최근 3개년 동안 재택 근무를 실시하면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퇴직 붐이 일어나고 현재는 30대 직원들의 30% 이상이 퇴직을 한 상황이다. 처음 생산직 직원이 퇴직을 하였지만, 사무직으로 확산되어 지금은 전 직무에서 퇴직이 발생하고 있다. 생산직의 경우, 지역의 장년층과 여성 인력, 정년 퇴직자의 재취업 등으로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관리 사무직은 한 명이 퇴직하면 그가 했던 모든 일을 팀장이나 팀의 고참이 해야만 한다. 상대적으로 퇴직 의향도 적고 새로운 곳에서 취업하기가 어려운 고참이나 팀장들은 밑의 직원이 퇴직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관리 부서에 인력 채용을 요청하지만 함흥차사이다. 지원자가 없기도 하지만, 지원한 사람의 직무 전문성이 너무 낮은 수준이다. 그래도 가르치며 함께 근무하려고 합격시켰지만, 1달을 가지 않고 퇴직해 버린다. 대부분 퇴직 사유는 힘들고 지리적 여건 탓이라고 한다. 경영관리팀은 팀장과 팀원 3명이 재무, 인사, 총무 업무를 담당한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김차장은 입사 15년 차로 채용, 평가, 보상, 복리후생, 인재육성, 조직문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 출퇴근 점검 업무를 막내인 총무팀의 이과장에게 떼어주었지만, 남은 인사 업무도 혼자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여기에 팀장이 주간 업무 실적과 계획 취합 정리와 회사대표 지시사항 추진 보고도 매주 해야 한다. 요즘 갈 곳도 없고 불러주는 회사도 없는 김차장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반문한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방에 위치한 기업 팀장과 임원 강의를 하기 전, 관리자를 힘들게 하는 일 한가지를 적어 달라고 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① 업무 정체성의 혼란. 근로계약상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근로에 따른, 업무 증가 스트레스
② 본인 업무 능력 부족에 따른 리스크를 타 부서에 넘김으로 인한 부서간 갈등 발생
③ 업무의 과중, 특히 퇴사 인원에 따른 인원 족 현상에 대한 해결 불가
④ 최근 자발적인 퇴사자의 증가에 따른 업무 부담, 불안정 등 침체된 분위기
⑤ 인재 부재, 비효율적인 업무 배치, 인력 퇴직에 따른 비정상적 인력 운영
⑥ 내부 인원 퇴사에 따른 매상 관련 대응 인원 부족
⑦ 신규 설비에 대한 제조 및 기술 대응 인원 부족.
⑧ 회사의 미래 비전에 대한 불안
⑨ 업무 증가에 대한 업무 부담감
⑩ 향후 먹거리가 보이지 않고, 신규시장 개척 및 향후 매출이 될 수 있는 ITEM부족
팀장과 임원들은 회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방향을 제시하고 명확하게 방안을 마련하여 전 구성원을 한 마음으로 한 방향 정렬하게 이끌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이를 바라보는 CEO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급히 3개의 전략에 대해 임원과 팀장 워크숍을 개최하고 각각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하나는 현 생산성의 극대화, 둘째는 글로벌 진출의 강화. 셋째는 신 사업이나 제품의 개발이었다.
1박 2일에 걸쳐 진행된 워크숍에는 열정과 긴장감이 없다. 다들 환경과 시장 등 남 탓이 전부이다.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하거나, 미래 바람직한 모습을 정해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다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생각한다. 어떤 희생을 해야한다는 각오보다는 이 또한 지나간다는 안일한 생각이 강하다. 6개조로 5명씩 구성된 조 토론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조의 막내 팀장이다. 임원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분임실에 있는 다과와 음료는 1시간이 되지 않아 다 떨어졌고, 6시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식당으로 모인다. 식사를 마친 후 분임장이 아닌 각자 숙소와 호텔의 사우나, 당구장, 노래방 등에 삼삼오오 모여 즐긴다. 일부 팀장들은 호텔 밖으로 나가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돌아왔다. 위기의식이 전혀 없는 이런 모습이라면 워크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각 조의 발표에 앞서 CEO가 짧게 이야기한다면 연단으로 올라갔다. “지금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시기인 만큼 최선을 다해 회사를 지속 성장시킬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각 조의 발표가 이어졌다. 비전과 전략, 구체적 방안이 없는 밋밋한 발표였다. 발표된 방식대로 운영한다면, 회사는 몇 년 안에 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은 다음 주 4개 본부를 2개 본부로 통합하고 25개 팀을 12개 팀으로 통합하는 안을 발표하겠다는 말을 하고 워크숍을 끝냈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크게 상황에 따라 4단계로 위기를 타파한다. 경미한 상태라면 1단계 경비절감으로 가져간다. 회의비를 없애고 기타 꼭 필요한 경비만 지급한다. 2단계는 인건비 동결이다.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퇴직자에 대한 충원을 실시하지 않는다. 3단계는 사업과 조직의 구조조정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성숙 사업과 조직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적극적 M&A를 통해 사업, 조직, 인력을 떨어낸다. 4단계는 강제적 인원 구조조정이다.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여 희망 퇴직을 실시한다. 회사 내 경쟁력이 없는 임직원에 대해 강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어려운 상황임을 발표하고 명예 퇴직금을 마련하여 퇴직을 강행한다.
조직과 인력의 구조조정을 원하는 임직원은 없다. 하지만,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 낭비 요인의 제거는 1단계 수준이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이 상황이 오기 전에 조직과 임직원이 깨어 있어야 한다. 회사가 지속 성장하도록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고 실천하여 이익을 창출해야만 한다. 회사가 역량도 의욕도 없는 저성과자를 언제까지나 돌봐줄 수 없다.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느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면 적어도 자신이 받는 보상에 열 배는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해야 한다. 내가 받은 연봉만큼 일한다는 생각은 회사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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