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에겐, ‘영웅’이 있다[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12. 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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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화, 사진제공|CJ ENM



십수년간 안중근 의사로 걸어온 이가 있다. 2009년 초연된 이후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었던 배우 정성화다. 그가 이번엔 스크린으로 이동한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에서도 ‘안중근’으로 분해 감동의 2시간을 선사한다.

“신기하고 자랑스러웠어요. 정성화가 아닌, 안중근에게 바로 몰입할 수 있도록 힘써준 제작진이 참 대단하더라고요. 저는 그저 ‘무조건 해내야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비록 배역이지만, ‘안중근’이란 무게를 안고 살아가기란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터다.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역시 ‘안중근’이었다.

영화 ‘안중근’ 속 정성화.



“제 머리 위에 떠있는 햇빛이에요. 닿을 순 없지만 언제나 바라보는 느낌이죠. 안중근 의사는 새롭게 접할 수록 엄청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중근 의사처럼 살아야지’라고 실천하기엔 어렵겠지만, 그와 비슷하게 사는 건 무엇일까 신경쓰면서 살고는 있습니다.”

정성화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영웅’을 완성하고 빛을 보게 한 설렘과 어머니 조마리아 역으로 나선 나문희에 대한 감탄, 그리고 코미디언에서 뮤지컬 배우로, 다시 영화 주연으로 우뚝 선 자신에 대한 소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인 화법으로 들려줬다. ‘나이 들수록 얼굴에 삶이 나타난다’는 말처럼, 그에게선 ‘좋은 사람’의 향기가 묻어났다.



■“날 주연으로 영화찍겠단 윤제균 감독, 의리 지켜줬죠”

그에겐 윤제균 감독은 감독 그 이상의 의미다.

“제가 ‘댄싱퀸’이란 영화를 찍을 때 간단한 회식자리가 있었는데 응원차 왔던 윤제균 감독이 갑자기 절 사람들 앞에 데려가더니 ‘내가 5년 안에 정성화가 주연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정확히 2019년에 ‘영웅’을 찍었으니, 의리를 지켜준 거죠. 그 가운데 제 ‘영웅’ 공연을 본 윤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했고, 저에게 ‘안중근’ 역을 제안했어요. 뮤지컬 배우라면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걸 꿈꾸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얻은 것도 여럿 있었다. 뮤지컬 영화 연기에 대한 노하우를 얻은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나서 모니터를 했는데 아주 작게라도 신경 못 쓴 것까지 다 적나라하게 보이더라고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어요. 맨 얼굴로도 진정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들키겠구나 싶었죠. 현장에선 엄청 작은 모니터로 보는데 극장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면 얼마나 더 크게 보일까 불쑥 겁이 나던데요. 그리고 노래에 반드시 호흡이 섞여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대사를 할 때 노래를 하기 직전의 호흡과 비슷해야한다는 걸요. 울다가 노래할때 감정이 달라지면 튀더라고요. 그걸 무대에서도 더 접목해야하겠구나 싶었죠.”



조마리아 역의 나문희 연기는 분량이 크지 않아도 영화에서 꼭 짚어야 할 관전포인트다. 그 역시 혀를 내둘렀다.

“뮤지컬 영화에서도 감정만 진실하다면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아도 훌륭하게 들린다는 걸 절절하게 느낀 장면이었어요. 그 누구도 나문희 선배의 노래 실력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요. 왜? 정말 진실했으니까요. ‘뮤지컬 영화에선 저게 일등이구나’라고 감탄하면서 봤어요.”

김고은에겐 살짝 질투를 느꼈다고.

“기차에서 뛰어내리기 전 장면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다 잡아먹더라고요. 솔직히 질투까지 났어요. 감정을 잘 쌓아 그 장면에서 빵 터뜨리는데, 그 덕분에 장면이 더 잘 살아났다고 생각했어요.”



■“고여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게 원동력이죠”

1994년 SBS 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연예계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엔 시트콤 연기에도 나설 만큼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누가 약속이라도 한 듯 갑자기 작품이 뚝 끊기면서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를 불러주는 이에게 향했다. 그곳이 ‘무대’였다.

“31살이 지나자 정말 거짓말이나 한 듯 일이 뚝 끊겼어요. 34살까진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요. 갑자기 짠 듯이 날 부르지 않더라고요. 연예인이라는 게 선택받아야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아무 일이 없어서 좌절도 했지만, 그 때 표인봉 선배가 연출한 ‘아일랜드’라는 연극에서 절 부르더라고요. 잔말 않고 갔어요. 다행히 그 작품이 호평을 받았고, 뮤지컬 배우로서 인생이 그렇게 시작됐죠.”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절실했다는 그다.

“고여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흘러가는 걸 원하죠. 하류보다는 상류로 가고 싶어하고요. 하하. 그러다보니 작품을 고를 때에도 될 수 있는 한 어려운 작품을 택해요. 지금까지 한 것 중에 만만한 작품이 없다고 자부하거든요. 그런 것들에 매력을 느끼나봐요. 손흥민 선수를 보니 매 경기 죽어라 뛰더라고요. 촉망받는 선수가 왜 매번 저렇게 죽어라 뛸까 생각해보니, 그랬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는 거더라고요. 만만해지면 그때부터 내리막길이에요. 늘 죽어라 뛰는 것처럼 연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영웅’도 겁 없이 뛰어들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한 의미를 ‘자긍심’이란 세 글자로 정의했다.

“요즘 살기가 참 어려웠잖아요. 그러면서 우리 민족을 지탱해준 힘은 무엇인가 생각해봤어요. 그 자긍심이 안중근 의사를 조명하는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그가 우리나라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만 알려져있지만, 사실 동양평화 사상이나 내면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스승 같은 느낌도 있고요. 여러번 재조명되어도 늘 가르침을 주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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