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사우디 여행]
[헤럴드경제, 알울라=함영훈 기자] 우리와 6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며 ‘동지애’를 느끼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올들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반전 매력의 관광자원들과 동서교류의 중심지로서의 수천년 문화유산을 고리로, 이젠 마음으로 교유하는 ‘찐우정’을 쌓으려,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중동 한류의 중심인 그들은 의료관광 등으로 한국을 방문해 다른 매력까지 더 알게 됐는데, 우리는 그들의 집에 놀러 간 적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판, ‘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의 선두엔 신비스런 대자연 파노라마 속, 2000년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알울라가 섰다.
▶세계의 기암괴석 다 합친 알울라= 여행기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정부 초청으로 그 곳에 첫 발을 디딘 후 목도한 알울라는 카파도키아·그랜드캐니언·장가계·금강산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홍해, 시나이반도, 지중해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알울라는 오아시스지역에 있다. 오아시스는 작은 연못이 아니라, 거대 호수와 강줄기이다.
알울라 일대는 수려한 자연유산, 유구한 인문유산을 모두 품는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식 명칭은 알 히즈르 고고유적(마다인 살리)[Al-Hijr Archaeological Site(Madâin Sâlih)]이다. 즉 고대 나바테아 문명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사실 신비스러운 자연 유산으로서의 경관이 더 가치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4억~5억년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처음 형성된 지형으로 오랜 세월 지각변동과 풍화, 타포니(한 덩어리 바위 중 약한 부분만 부서져 해골처럼 되는 현상) 등으로 인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장가계 같은 융기와 침식, 터키 카파도키아 같은 타포니와 풍화현상이 신비의 세계로 만든 곳이다.
다단유적지 일대에서 발견되는 현무암과 화산재-분석구 등은 2700만~200만년 전 홍해 일대 융기와 함께 일어난 연쇄 화산폭발의 결과물이다.
▶위대한 자연 앞에 납작 엎드린 친자연 리조트= 샤덴 호텔과 반얀트리 리조트는 기암괴석 아래 티나지 않게 착상했고, 인피니티풀과 원거리 기암괴석이 인생샷을 빚어내는 해비타스 리조트는 골짜기 뒤쪽에 숨어, 자연경관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침에 샤덴 리조트에서 일어나면 새들이 지저귀고, 어둠에서 깨어난 바위 꼭대기의 각종 동물, 사람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낮이 되면 해비타스의 얕으막한 인피니티풀엔 여행객들이 과감한 자태로 수영을 즐기는 모습이 푸른색 참선 요가 조각상 뒷편으로 나타난다.
알울라 일대엔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석굴처럼 산 만한 돌을 위에서 아래로 조각해서 만든 2000년 이상 된 석굴묘지 자발 알아마르, 카스라 알파리드, 자발 알바낫 등 무덤군 110여곳(계속 발굴중)과 초대형 바위의 갈라진 틈에 회의장을 조성한 자발 이트리브 등 유적이 있다. 이들 유적을 차례로 다니는 동안 친해진 미모의 사우디 역사해설 도슨트는 기분이 업되자 두팔 벌려 춤을 추기도 했다. 그녀가 입은 검은 아바야는 정장일뿐 어떤 편견을 가질 필요도 없는 예복이었다.
묘지석 한켠엔 고대 한 여성지도자가 살아생전에 자기 묘를 ‘조각’토록 지시하면서 자신과 후손들의 안녕을 기원한 흔적이 발견돼 아라비아반도의 수천년 주인인 나바티아 공동체가 모계사회였음을 추정케한다.
▶기암괴석 잠언 라이브러리 = 기암괴석 계곡에 숱한 명사들이 잠언을 적어 둔 자발 이크마는 바위가 책이 되어 인문학을 전하는 도서관(라이브러리)이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사우디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이 고대 언어는 아직 그 뜻을 풀지 못해 지구촌 고고학자들의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사우디의 조상 나바티안 사람들은 적들이 침략할 엄두를 못내게 하기 위해 큰 우물 180개를 교묘히 은폐하는 지혜를 발휘했고, 설사 적들이 처들어오더라도 알아서 퇴각토록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사우디 사람들이 새로운 우정을 만드는 방법 중에는 반가운 손님에게 그 사람의 특성에 맞춰 아랍식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한국인 탐방단도 알울라 기암괴석들에 ‘엄지척, 좋아요 바위’, ‘삼장법사 손바닥 바위’, ‘알울라 선크루즈 바위’, ‘뽀뽀바위’ 등 다양한 이름들을 지어준다.
티파니와 호진레이 두 20대 여성은 그 좋다는 고국 스위스를 놔두고, 알울라 해비타스에서 놀면서 최고라는 찬사를 연발했다. 머지않아 알울라 지역 내 소도시 사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하는 초럭셔리 리조트가 생긴다고 한다.
▶코끼리바위 캠핑과 유리벽면 뮤지엄= 해가 지면 나이트 헤그라 캠핑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산 만한 코끼리 바위 앞에 불빛들이 천촌만락의 호롱불 처럼 켜지며 장관을 이룬다. 썸남썸녀의 미완성 사랑도 이 풍경 앞에서 채워질 듯 하다. 알울라에선, 휠스케이팅, 별자리 구경, 짚라인, 헬기투어, UTV투어 등 레포츠도 즐긴다.
알울라 황색 벌판 한가운데에 모든 기암괴석을 거울벽면으로 받아들이는 마라야 뮤지엄 이채롭다. 이 건물 옥상에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셰프 중 한 명이자 전 세계 여러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오너인 Jason Atherton의 최신 레스토랑 마라야 소셜(Maraya Social)이 있어 눈길을 끈다. 청정 오아시스 지역인 알울라 옛도시의 농산물 만을 쓴다.
알울라 올드타운에 가면 다양한 토속공예가게, 음식점과 카페가 오지탐험을 한 여행자들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우물과 돌이 늘어선 수로, 성, 성문, 방어벽과 탑 망루, 2000년 건물 흔적 등도 있다.
이곳에서는 음악 및 예술 축제인 윈터 앳 탄토라(Winter at Tantora)가 6주 마다 열리고, 헤그라 유적에선 촛불 심포닉 콘서트가 열린다. 마라야 뮤지엄에서도 다양한 음악회가 열린다.
행정상의 소재지는 알마디나 알무나우와라(Al-Madīnah al-Munawarah) 주의 알울라(al-‘Ulâ) 구역이다. ‘예언자 살리의 도시’라는 뜻의 마다인 살리(Madâin Sâlih)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종종 옛 이름인 헤그라(Hegra)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은 알울라에서 걸프협력회의를 열어 이 지역내 잔존하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협정에서 서명함으로써, 알울라가 중동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기도 했다.〈계속〉
■한국 여행기자 첫 사우디탐방 글 순서 ▶2022년 12월21일자 [칼럼] 사우디의 재발견, 클릭 ‘새로고침’ ①사우디에 이런 면이? 진짜 우정, 여행교류는 ‘제3 중동붐’ ②정(情) 문화 ‘하파와’..8000㎞ 거리 韓-사우디 많이 닮았다 ③리야드, 제대로 즐기기, 블루바드·킹덤센터·옛도성 3색 매력 ▶12월27일 ④신비의 사우디 알울라..“어서와, 우리집은 처음이지?” ⑤사우디의 세계유산들..제다 알발라드, 최대 암각화군 ⑥함께 가는 韓-사우디, 왕세자·공주·원희·루디의 꿈 ▶2023년 1월3일 ⑦사우디 산호초 구경, 난파선 다이빙..홍해레저의 메카는? ⑧사우디 여성들 한국인 밝히자 “꺄르르, 와~” 우정 표현 ▶1월4일 ⑨사우디 최고 여행지, 제다 알발라드 정밀 탐방기 ⑩석유붐에 쇠락한 알발라드, 非무슬림 묘지의 애상 ⑪제다 고택 내부 3㎞ 쇼생크탈출로, 당황한 예비신부 ▶1월10일 ⑫빗장 푼 성지 메디나, 힐링 여행지 같은 활기 ⑬메디나 성지 면세, 건강 성수..근엄해도 명랑했다 ⑭‘홍해의 공주’ 제다, 볼거리·놀거리 팔방 미인 ⑮사우디 캅사·램, 침샘 자극, 치킨은 한국과 경쟁? ▶지면기사 인터넷판 〈2022년 12월27일자〉 ▷대자연이 감싼 알울라...오아시스 품은 문명을 만나다 ▷사막 도시에 꽃 피울 K-문화관광...확장·진화하는 한-사우디 교류 〈2023년 1월10일자〉 ▷빗장 열린 성지, 부활하는 히자즈 문명 ▷물위의 모스크-312m 분수-일품요리들...제다 가이어(제다는 다르다) ▶포토뉴스 사우디= 수시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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