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 '불도저' 김혜윤 "청룡 트로피=날 일으켜준 존재…자신감 갖고 힘차게 내딛겠다" (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배우 김혜윤(26)은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데뷔 후 첫 장편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김혜윤은 의문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빠를 위해 비밀을 파헤치는 딸 혜영 역을 연기하며 인물이 가진 복잡한 내면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또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불도저를 직접 작동할 뿐만 아니라, 거친 액션 연기까지 선보이며 작품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힘 있게 이끌어갔다.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나섰던 김혜윤은 3년 만에 수상의 영광을 누리며 '충무로 샛별' 탄생을 알렸다. 그는 "사실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제가 상을 감히?'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3년 전 시상자로 섰을 때도 그랬다.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고 나서부터는 밤잠도 많이 설쳤는데 최대한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인여우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던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김혜윤은 "정말 꿈만 같았고, 무대 위에서 혹여나 실수한 말은 없었는지 걱정이 됐다. 시상식 끝나고 감독님께 함께 작품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연락드렸더니, '내가 상 받은 것처럼 뿌듯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이 상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나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불도저에 탄 소녀' 혜영이 밝은 캐릭터도 아니었고 체력적으로도 워낙 힘들었다 보니 항상 '잘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을 현장에서 많이 나누면서 감독님께 의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 속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하고자 팔에 용 문신을 새긴 김혜윤은 "영화 촬영을 2~3년 전에 했는데 포스터나 스틸 사진을 볼 때마다 아직도 깜짝깜짝 놀란다(웃음). 시상식 현장에서 후보 소개 영상에 제 모습이 잠깐 등장했을 때 봤는데 걸음걸이나 자세부터 다르더라. 거북목에 주머니에 손을 꽂고,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너무 낯설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어떤 장면은 촬영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했다. 스스로도 현장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연기가 어렵다고 느껴졌다. 새로운 걸 도전하면서 기분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무섭고 깜깜한 길을 걷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러운 적도 있었다. 청룡영화상 수상을 하고나서부터는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도 모르는 제 내면을 더 발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시상식이 끝나고, 주변 반응도 예상보다 더 뜨거웠다. 김혜윤은 "시상식 끝나고 다음 날 배우들과 '동감' 무대 인사를 다녔는데, MC 분이 '청룡영화상 수상자 김혜윤 님에 마이크를 넘기겠다'고 말씀하시더라. 관객 분들을 가까이서 뵙고 축하도 많이 받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최근 '바퀴 달린 집4'에 함께 출연했던 '어하루즈' 로운, 이재욱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또 '굉장히 멋지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내준 친구가 있었는데,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같아서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청룡영화상은 지난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SKY 캐슬' 주역들이 후보로 한 자리에 모였다. 신인여우상 후보 김혜윤을 비롯해 염정아는 여우주연상(인생은 아름다워)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오나라는 여우조연상(장르만 로맨스) 수상 영예까지 안게 됐다. 김혜윤은 "오나라 선배님이 여우조연상 수상하셨을 때는 제가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선배님의 수상 소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보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염정아 선배님은 엄마처럼 토닥여주시고 꼭 안아주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김혜윤이 있기까지는 부모님의 애정이 담긴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혜윤은 "부모님께서는 항상 제가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이번 '불도저에 탄 소녀'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룡영화상 전에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했는데, 저는 떨려서 거의 먹지 못했다. 어머니가 '쟁쟁한 후보 분들과 함께 해서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해주셨다. 응원은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하셨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대단한 후보 분들과 한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상 후보 영상을 보고서도 영광스러운 마음이었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혜윤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어온 바다. 그가 7년간 단역, 특별출연으로 차근차근 쌓아왔던 연기 모음집이 여러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어 팬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기 때문. 김혜윤은 "처음에는 제 예전 영상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직까지 이 작품을 찾아봐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연기도 날 것 그 자체였고 전혀 꾸밈이 없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한결같다. 물론 발전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는 힘들 때마다 부모님 손잡고 연기 학원 등록 했을 때, 그리고 처음 대본받았을 때 설렘과 미지의 세계에 놓여있던 열정 많은 열일곱 소녀 김혜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는 김혜윤은 "그동안 작품 안에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매번 고등학생, 대학생 역할이었다 보니 전문직, 직업을 가진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 제가 또 캐릭터를 언제 어디서 만나서 어떻게 연기하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트로피는 김혜윤이 앞으로 펼쳐나갈 연기 활동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용기와 위로를 건네줬다. "제가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돌뿌리에 걸렸을 때, 이 트로피가 저를 일으켜 세워 준 느낌이었다. 다시 힘을 얻고 열심히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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