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대학로 돌아온 ‘장진 코미디’… 지금도 빵빵 터지네

박세희 기자 2022. 12. 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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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의 여자 '화이'가 혼자 사는 집.

연극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장진'(사진)표 코미디의 출발이자 그의 출세작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1995년 서울연극제 출품작으로 초연, 2007년과 2012년 공연된 후 무려 10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왔다.

'덕배' 역의 이지훈·오문강·임모윤, '화이' 역의 김주연·최하윤·박지예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코미디의 대가라고도 불리는 장진이지만 어려움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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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서툰 사람들’의 한 장면. 파크컴퍼니 제공

■ 연극 ‘서툰 사람들’

2012년 무대 이후 다시 공연

“각박한 삶 속 바보미학 그려”

스물다섯 살의 여자 ‘화이’가 혼자 사는 집. 추운 겨울밤 낯선 남자가 문을 따고 들어온다. “아니 왜 문을 안 잠가놓은 거야! 잠겨있는 줄 알고 따느라 혼났네.” 투덜거리는 이 남자는 좀도둑 ‘덕배’. “젊은 처자 손목에 밧줄 자국 남으면 안 되지”라며 수첩에 적어온 ‘매듭 묶는 법’을 힐끗거리며 화이의 손을 포박하는 덕배의 움직임은 서툴다.

어수룩한 도둑이 훔쳐갈 물건 하나 없는 집에 들어와 하룻밤 동안 꼼짝없이 갇히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연극 ‘서툰 사람들’이 내년 2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연극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장진’(사진)표 코미디의 출발이자 그의 출세작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1995년 서울연극제 출품작으로 초연, 2007년과 2012년 공연된 후 무려 10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왔다.

10년 전 코미디가 지금도 웃길까 하는 우려는 개막 이후 말끔히 씻겨졌다. 관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도둑이 토라진 집주인을 달래고,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비는 등 관계의 전복에서 나오는 재미는 예전과 다름없이 기능한다. 장진 특유의 생동감 넘치고 재치있는 대사들도 넘쳐난다.

23살 때 쓴 작품을 50대가 된 지금 다시 꺼내 든 장진 연출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30년 전 ‘바보미학’의 맥락에서 이 작품을 썼다. 어리숙하고 바보스러운 사람을 보면 부러웠다. 연극을 보고 이렇게 빡빡하고 살벌한 세상에서 저렇게 어수룩하게 살아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장진 연출도 현재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을 손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화이’와의 소개팅을 앞둔 한 남자가 그녀의 집 앞으로 찾아온다는 에피소드도 뺐다. 그는 “30년 전에 쓴 작품이라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연극은 기회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음 공연이 또 있으니 계속 수정할 수 있다”면서 “너무 착하고 해맑은 부분들도 고쳤는데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폭넓은 대중극이라 어느 관객층은 기분 좋게 보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배’ 역의 이지훈·오문강·임모윤, ‘화이’ 역의 김주연·최하윤·박지예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멀티맨으로 활약하는 이철민·안두호의 감초 연기도 폭소를 이끌어낸다. 다만 화이의 외모를 비꼬며 “나쁜 마음을 안 먹게 된 데에는 네 역할도 크다”고 하는 덕배의 대사 등 시대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부분들도 눈에 띈다.

코미디의 대가라고도 불리는 장진이지만 어려움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코미디는 매번이 고민이에요. 이번에도 확신은 없어요. ‘이 코미디가 유효할까’ ‘이 시대 관객들을 내가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들을 매일 하죠. 지구상에 우디 앨런은 한 명 뿐일 텐데 말이죠. 그래도 재밌을 거라는 희망은 있어요. 정말 어려운 장르지만 전 계속 코미디를 할 것 같아요. 못 놓을 것 같습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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