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경매 매물, 부동산 장기 침체를 알리는 경고음이다 [핫이슈]
은행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여신 담당 임원이 단정적으로 한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초저금리를 10년 이상 유지한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헛발질이 겹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추락하는 속도도 아찔할 정도로 빠르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4% 하락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2년 넘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일정한 순서를 따른다. 금리가 급등하면 먼저 부동산에 투자했던 개인 사업자의 주택과 오피스텔, 오피스 등이 경매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 통상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대출자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해당 대출채권은 경매로 넘어간다. 물론 금융회사는 경매로 넘기기 전에 채권자에게 상환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다. 이때 부동산을 보유한 개인 사업자는 담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채무자의 상환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임의경매’로 넘어간다. 금융회사가 채무자에게 담보로 제공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저당권·근저당권·전세권 등을 실행하기 위해 신청하는 경매를 '임의경매’라고 한다. 경매를 통해 매각한 후 담보권이 설정된 순위에 따라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772건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최고치다. 2개월 전인 9월에 비해 26% 증가했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금리가 치솟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개인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조금이라도 덜 손해보기 위해 매물을 쏟아낸다.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는 아파트 매물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는 1904건으로 전달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2021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도 올해 초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내년엔 이런 경매 매물이 더 늘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원리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과 갭투자자가 포기하는 주택이 대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묻지마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은 공포에 휩싸인다. 집값 하락에 사람들은 과민 반응한다. 정부와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동산 경착륙이 현실이 될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때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돈을 풀 수 없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집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무너진 부동산 시장은 상당 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최소 2년, 길게는 10년 동안 집값 침체기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이런 시기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어? 6일 연휴 만들 수 있네”...2023년 달력 봤더니 깜짝 - 매일경제
- 주차장에 차 4대 알박기…“명당자리 독차지” 주민들은 울상 - 매일경제
- “토스·카뱅보다 더주네”…5천만원까지 연 4% 파킹통장 등장 - 매일경제
- 한국인의 배우자 선택기준 1순위는...재산·외모보다 ‘이것’ - 매일경제
- 초장에 회를 꾹 찍어서 쩝쩝…강남 아바타 상영관서 벌어진 일 - 매일경제
- 기관포 100발 쐈지만 무용지물…5시간 농락당한 한반도 방공망 - 매일경제
- 이번엔 20대 ‘빌라왕’ 사망…세입자 피해 속출 - 매일경제
- 국민과자의 배신, 1년새 바나나킥 53%·맛동산 26% 뛰었다 - 매일경제
- “이미 끝이 다가오고 있다”…암투병설 또 불거진 푸틴 - 매일경제
- 셀틱, J리그 MVP와 조규성 동반 영입 희망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