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서 혁신기술 테스트… 기업 받쳐주는 ‘든든한 뒷배’[로컬인사이드]
■ 로컬인사이드 - 신기술 성능·효과 시험공간 지원사업 ‘테스트베드 서울’
기술 실증·사업판로 개척 지원
사업 과제별 지원비 최대 4억
4년 간 104개 혁신기업 도와
제로페이 전기차 충전 콘센트
태양광발전 무인세척시스템 등
투자금액 대비 경제 성과 ‘5배’
창업기업이 꼭 한 번은 맞닥뜨린다는 ‘데스 밸리(Death Valley)’.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혁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초기 시장 형성과 판로 개척이 어려워 사업화가 안 돼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힘겹게 사업화까지 진행했다 하더라도 판매·납품 실적이 없어 기존 시장을 뚫지 못하고 좌절하는 기업 역시 부지기수다. 이들 기업은 이 단계만 벗어나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다.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정 현장 곳곳을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과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테스트베드 서울’ 사업으로 데스 밸리를 지나는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는 성능과 효과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야 안전하고 효율적인 혁신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 테스트베드 서울은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화와 시장 선점을 위한 실증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서울시가 테스트베드를 제공, 실증과 제품 사업화를 위한 사업비도 최대 4억 원(과제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정 혁신은 물론, 도시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기술이 그 대상이다.
시정현장에 설치 가능한 기술성숙도(TRL) 6단계 이상 제품이 실증에 참여할 수 있다. 기술성숙도 6단계는 시제품 제작과 평가를 마친 상태로, 기업은 테스트베드 신청 때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한 실험 테스트 결과서 등을 제출한다. 기술성숙도는 사전단계와 사후단계를 빼고 총 9단계로 구분된다.
특히 시는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외 판로 개척에 활용할 수 있는 서울시장 명의의 실증확인서를 발급한다. 서울시가 판로 개척을 하는 혁신기업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셈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건설·교통 등 기술 분야와 사업화 분야 전문가 265명으로 구성된 서울산업진흥원 혁신기술 지원단이 혁신기술의 본격적인 사업화도 지원한다. 지원단은 실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뿐만 아니라 기술력 향상, 국내외 판로 개척, 투자 유치,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기업에 제공한다.
시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총 104개 기업에 제공한 테스트베드는 지하철, 도로, 의료기관 등 250개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주차분쟁 해소를 위한 제로페이 적용 과금형 전기차 충전 콘센트를 개발한 스타코프는 서울시 소상공인담당관 등의 협조를 받아 서울에너지공사 서부플랜트, 마곡 아파트 단지에서 실증을 진행한 덕에 데스 밸리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스타코프는 환경부와 서울시 등에서 추진한 충전기 보급 사업기관으로 선정돼 공공구매 수주 39억 원과 민간납품 4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싱가포르 시장에도 진출했다.
태양광발전시설 무인세척 시스템을 개발한 리셋컴퍼니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태양광발전시설에서 실증해 태양광 패널에 쌓인 미세먼지, 눈 등 이물질을 스스로 감지하고 세척해 발전 효율을 유지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시의 후속지원 속에 리셋컴퍼니는 공공구매 수주 7억 원의 성과를 거뒀고 일본, 홍콩, 러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 외에도 전시 관람객 예측 플랫폼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자투리 주차장을 위한 인공지능(AI) 주차면 공유 시스템은 남산한옥마을 공영주차장에서, 교량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양대교 등에서 기술검증을 거쳤다.
2018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의 지원액 대비 경제적 성과(매출+투자금)는 지난해까지 5.0배에 달한다. 지난 4년간 테스트베드 서울에 참여한 총 104개 기업은 수출, 공공구매, 민간 납품 등에서 총 639억4800만 원의 매출을 냈다. 투자도 1248억9500만 원을 유치했다. 이들 기업에 시가 지원한 돈은 381억 원이다. 또 이들 기업은 미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바하마 등 전 세계 30개국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시는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첫해엔 공공분야 실증을 위한 사업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2019년엔 공공분야 혁신기술 실증기회 확대를 위해 지원 규모를 55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늘렸다. 그다음 해엔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고려해 실증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을 128억 원으로 확대하고, 기술 사업화와 서울시정·도시문제 해결에 초점을 뒀다. 지난해엔 실증 수요기관을 기존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시교육청에서 25개 자치구, 기술거점 3곳(AI 양재 허브·서울홍릉강소특구·서울핀테크랩)까지 추가하고 우수 기술·기업 육성체계도 강화했다. 최판규 서울시 경제정책과장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혁신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후에도 사업화를 위해 필요한 실증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서울시가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 실증이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예산 지원·실증기회 제공 방식… 내달 말부터 1분기 참여 기업 모집
서울 R&D지원센터서 접수
최종평가 끝나면 확인서 발급
드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과 효과를 검증하는 실증기회와 후속지원까지 제공하는 ‘테스트베드 서울’은 크게 △예산지원형 △기회제공형으로 나뉜다.
예산지원형은 서울 소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한해 실증장소와 과제별 최대 4억 원의 실증비용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실증을 위해 신규 채용되거나 파견된 인력 등에 대한 인건비와 참여기관 보유 외 연구장비 또는 재료의 구매비 등으로 쓸 수 있다. 예산지원형 실증대상 제품·서비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실증 지원받은 사례가 없어야 한다. 기회제공형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포함, 서울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예산지원형과 달리 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실증 기회만 준다.
실증기관의 요구를 반영해 지정공모를 하는 수요과제형은 예산지원형과 기회제공형 모두 신청할 수 있다. 실증대상은 공통으로 기술성숙도(TRL) 6단계 이상의 시제품 또는 상용화 직전의 제품·서비스로, 현장에 설치·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2023년 1분기 모집은 1월 말로 예정돼 있다. 기업이 혁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술제안서를 서울R&D(연구·개발)지원센터에 신청하면 사업 전담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외부 전문가를 통해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해 실증과제로 선정한다. 서울시 부서 등 실증기관이 혁신기술의 필요성, 실증 장소 제공 여부 등을 검토하는 사전 검토 단계도 있다.
시는 더 많은 기업에 실증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회제공형의 경우, 다른 신청기업과의 상대평가가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획득하면 지원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은 실증목표와 일정 등을 담은 실증계획서를 작성, 협약서를 체결한 후 최장 1년간 실증할 수 있다. 최종평가를 통해 우수기업은 판매 개척에 도움이 되는 국영문 실증확인서를 발급받는다. 실증이 끝나면 전국 관계기관 대상 공공구매를 위한 홍보, 투자 유치 컨설팅 등 판로 개척을 위한 후속 지원도 진행된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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