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 승인 ‘초읽기’…상용화 성패는 처방률과 사용률 달렸다
식약처 승인 이후에는 의사 처방률과 환자 사용률이 중요해
관계부처 “의료진 행위 수가 편성, 사용 편의 고려 자율 업데이트 허용”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곧 승인이 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 가운데 의약품 중심이던 국내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치료기기의 의료 현장 조기 안착을 위해 처방률,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디지털 치료제로 알려진 디지털치료기기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진단,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 8월 발간한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서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 대신 의료기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디지털치료기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이달 25일 발표한 정책보고서 ‘제약바이오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대응’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한 디지털치료기기는 총 10종이다.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스타트업인 에임메드와 웰트는 올해 10월 식약처에 각각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솜즈와 웰트아이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승인의 품목허가 신청을 받은 이후 영업일 기준 최대 80일 안에 심사해야 하고 최근 마무리한 확증 임상시험 결과도 좋은 만큼 늦어도 내달 초면 이들 디지털치료기기가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솜즈와 웰트아이를 제외하고도 3개의 디지털치료기기가 현재 품목허가 신청의 마지막 단계인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의료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디지털치료기기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가 승인을 받더라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만큼 허가를 받아 의료 현장에 적용이 가능해지더라도 의료진이 처방하지 않거나 환자가 사용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디지털치료기기를 처방하는 의사에게 급여를 주는 의료 행위료를 포함하고, 환자의 사용률에 따라서 수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에게 아직 낯선 디지털치료기기의 사용률을 높이려면 의료진의 교육과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개발회사에 지급하는 수가도 실제 치료 효과, 환자의 사용률 등을 평가해 보상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를 앞두고 의료 현장에 조기에 안착시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디지털치료기기의 주요 기능이나 분석 알고리즘을 바꾸는 등 업그레이드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결함이나 오류를 수정할 때는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마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에서는 디지털치료기기의 효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실제 현장에 도입된 이후 환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을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요구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치료기기의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는데도 비용과 사용률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종종 찾을 수 있다.
미국 디지털치료기기 스타트업 프로테우스헬스케어는 지난 2017년 조현병 환자의 복약을 관리하는 알약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알약 안에 녹는 센서를 넣고, 환자가 알약을 먹으면 앱에서 신호를 받아 언제, 얼마나 약을 먹었는지 관리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알약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일반 약보다 80배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가격 문제로 의료 현장에서 외면받은 데다 투자까지 끊기면서 프로테우스헬스케어는 지난 2020년 파산했다.
페어 테라퓨틱스는 FDA에서 가장 처음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를 받았지만, 환자들의 낮은 사용률로 고민하고 있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올해 1월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치료기기 3종의 환자 사용률은 51%에 그쳤다. 예상 사용률인 50%는 넘었지만, 낮은 사용률로 2억달러(약 2558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까지 사용률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7월에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전 직원의 9%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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