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코딩 교육으로 치료할 수 있죠"

고광본 선임기자 2022. 12. 27.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저자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
게임시간 20% 줄고 과몰입 막아
사회성 결여된 어린이·청소년 대상
게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도 제안
의대·공대·인문학 간 협력 강조
한덕현 중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게임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어린이와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경향이 있죠. 이럴 때는 코딩 쪽으로 유도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이에 게임을 활용해 과몰입과 중독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덕현(51·사진) 중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는 26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지만 스마트폰과 게임에 대한 과몰입으로 인해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만만치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최근 록밴드 노브레인의 이성우 씨와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자아를 일깨우고 자유와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팬데믹으로 심화된 어린이 및 청소년의 스마트폰·게임 중독 문제는 한국과 중국·호주 등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때 자녀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독립심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한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코딩 교육을 하게 되면 게임도 20%가량 덜 하고 디지털 역량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인터넷 게임 사용 장애에 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에 질병 코드를 부여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내년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리기로 했는데 코딩 교육 확대까지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 교수는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오히려 게임을 통해 부작용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미 기능성 게임과 의료 기기에 관한 특허를 10건 이상 출원했다”며 “유방암 환자의 약물 관리와 강박 장애 치료를 위한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려놓았다”고 소개했다. 중앙대병원이 10월 엔씨소프트(1억 원) 등에서 지원받아 ‘디지털 암센터’를 발족한 것도 한 교수의 노력이 컸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조지메이슨대와 국립보건원(NIH) 등이 함께한 디지털 치료제 심포지엄에서 게임을 통해 주의력 결핍 장애와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를 도운 임상 결과를 발표해 나름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앞서 하버드대 의대 연구교수 시절 인터넷 게임의 부작용을 연구하던 중 정보기술(IT)과 디지털 헬스를 활용한 연구로 지평을 넓혔다. 그동안 진미경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와 IT를 활용해 자폐 또는 사회성 부족 아이들의 대인관계 향상에 관해 연구하는 등 다각적인 공동 연구를 해왔다. 그는 “게임을 활용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성을 키우고 우울감과 불안감을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신청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범부처 간 디지털 치료제에 관한 협력을 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가 노브레인의 이성우 씨와 같이 쓴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라는 책을 들고 정신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다만 그는 좋은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의대와 공대, 인문학 분야 간 협업이 잘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백억 원 규모의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R&D) 과제를 한 대학 주도의 학·산·병 컨소시엄에 지원했다”며 “하지만 이들이 시범적으로 내놓은 것을 보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에서 디지털 치료제 허가를 받은 회사 2곳(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와 중독)의 매출도 별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현재 환자들에 대해 음악 치료도 하고 있는데 융합 연구를 통해 앞으로 효과적인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병행한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일반 청소년층 등의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