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강사 처우개선' 내년부턴 정부지원 뚝 끊긴다

기사내용 요약
방학 중 임금·퇴직금 지급하던 정부 사업 중단
2018년 강사제도 개선 합의안 따라 한시 운영
일반재정지원 활용?…"신청, 대학 판단에 맡겨"
강사단체 "강의료 최저생계 미달…약속 지켜야"

[서울=뉴시스] 지난 2019년 6월11일 강사공대위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강사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는 학생·강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12.27.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대학 재정 지원 확대를 위한 특별회계를 편성했으나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사업비는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늘어난 재원으로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교육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확정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운영되던 '사립대학 강사 처우개선' 사업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 사업은 앞서 2018년 9월 교육부와 강사·대학 대표로 구성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내놓은 합의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운영돼 왔다. 당시 합의안을 보면 강사에게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강의시간과 관계 없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된 2019년부터 3년 한시 사업을 신설, 사립대를 대상으로 방학 중 강사 임금과 퇴직금에 해당하는 예산을 지원해 왔다.

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국회의 2022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264억원이 증액돼 시한을 이어갔다.

교육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강사제도 기여대학 지원사업' 명목의 예산 편성을 추진했지만 끝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한 간부는 "기본적으로 사립대의 인건비는 대학이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강사법 시행 등 특수성을 고려해 마중물 성격에서 지원한 것이며 제도의 안착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내년 일반재정지원인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증액됐고, 재원의 일부를 인건비와 경상비로도 쓸 수 있게 집행 기준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대학들이 사업비를 갖고 강사 처우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내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가 신설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세 세입 50%에 해당하는 1조7200억원이 전입돼 대학 재정에 투입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원안보다 약 3900억원 증액 편성됐다.

[세종=뉴시스] 박백범 당시 교육부 차관이 지난 2019년 6월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강사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12.27. photo@newsis.com

교육부 다른 간부는 "내년 1~2월 중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대학이 스스로 판단해서 혁신에 필요하다면 네거티브(negative) 규제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사용이 가능하도록 재정 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률 등에서 금지한 예외적 행위가 아니면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돌려 말하면 대학이 혁신지원사업비를 강사 처우개선에 쓸 의지가 없다면 교육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학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 교육부가 적어도 강사 처우개선에 쓰라고 권장이라도 해야 한다"며 "4대요건 개정을 통해 겸·초빙교원 규제가 완화되면 대학에서는 강사를 쓸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송 위원은 "교육부도 예산 반영을 요청했고, 교육위 위원들도 노력했지만 내년도 예산안 최종 합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사 대량 해고가 벌어지면 여야 양당 원내대표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사 관련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강의료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방학 중 임금은 전체 22주의 방학 기간 중 4주만 지급되고 있는데 사립대학에는 정부 지원마저 끊겼다"며 "강사법은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약속하고 만든 것인 만큼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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