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까지 발 묶인 미국 겨울폭풍… 이웃들이 대신 나섰다

김혜리 기자 2022. 12. 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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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26일(현지시간) 뉴욕주 버펄로에서 눈 속에 갇힌 본인 소유의 트럭을 파내려고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연휴에 미국을 덮친 겨울폭풍으로 사망자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간) 폭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를 포함한 이리카운티에선 사망자가 하루 만에 13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인근 지역을 통틀어 최소 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NBC뉴스는 미 전역에서 폭설, 혹한, 강풍 등을 동반한 겨울폭풍으로 최소 5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1.2m가 넘는 눈이 내린 버펄로는 30여명이 사망했던 지난 1977년 눈 폭풍 이후 45년 만에 최악의 폭설을 맞이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어마어마하고, 일생에 한 번 정도 올 만한 폭풍”이라며 백악관에 연방정부 차원의 재난지역을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호컬 주지사와 통화하고 재해 복구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 마음은 이번 연휴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두와 함께한다”며 “여러분을 위해 나와 질은 기도하고 있다”고 별도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버펄로 일대에는 눈더미가 최고 2m 가까이 쌓이면서 눈 속에 갇힌 자동차 등에서 사망자가 뒤늦게 발견되고 있다. 또 구급차와 소방차, 경찰차가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와중에 눈에 발이 묶이면서 구조대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비상사태까지 벌어졌다. 주 재난 당국은 폭설이 쏟아진 사흘간 500건 가까이 구조작업을 진행했지만, 장비가 모자라 주민들에게 스노모빌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조대원들조차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은 서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집에 혼자 갇힌 17살 아들을 도와달라’는 글이 올라오자, 스노모빌을 가진 한 주민이 ‘내가 간다’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였던 전날 하루 쉴 예정이었던 견인차 기사 크리스 지아르디나(43)는 남편의 인슐린을 가지러 병원에 왔다가 눈더미에 차가 갇힌 한 여성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이 여성의 차를 끌어내 최대한 집에 가까이 옮겨줬다. 조경 및 제설회사를 운영하는 버펄로 주민 리언 호레이스 밀러(52)는 연휴 내내 구조작업에 나서면서 전날 오후까지 눈더미에서 14명을 구조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도 근처에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해 온라인에 자신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도로에서 발이 묶인 운전자와 행인을 위해 쉴 곳을 제공하면서 피난처 역할을 자처한 식당도 있었다. 버펄로 인근 작은 마을에 있는 이 식당은 이틀 동안 115명과 개 4마리에게 쉴 곳을 내어줬고, 이 소식을 들은 이웃 주민들과 다른 상점 주인들은 다양한 물품을 제공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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