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윤석열표 노동개혁'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 매도"
윤석열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검토' 지시에 입장 나뉘어
민주당 검사 명단 공개 '좌표찍기' 비판 이어져, 검찰 수사 형평성도 지적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국 기업 돈으로 보상 유력" 통보한 외교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노조 부패'를 재차 언급하며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날 법령 개정 추진 의지를 밝혔다.
노동부는 내년 초 양대노총을 비롯한 조합원 1천명 이상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재정장부 등 법에 정해진 서류의 비치와 보존 여부를 점검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고쳐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연일 강경해지는 정부의 '노조 때리기'에 대한 27일 아침신문들의 입장은 나뉘었다.
한겨레는 정부가 실체없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또다시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검토”를 지시하자, 정부가 임금 억제, 노동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윤석열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를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아울러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조합비 예산 투명성 문제를 거듭 거론하는 배경에 '노조와 시민을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며 “노동조합이 이미 관련법에 따라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재정운영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정부가 연일 실체없는 의혹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식 벗어난 윤 대통령의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발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노조 부패'가 우리 사회 '3대 부패'라는 말까지 쓰며 '노조 때리기'에 나섰고 그 전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이 장관의 이날 발표는 그 연장선에서 노조에 부정적인 인식을 덧씌우려는 정부의 의도를 행동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1면에 이어진 6면 기사 '노조원이 셀프 회계감사 못하게 선진국처럼 제도 바꾼다'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는 그동안 법에 명시된 노조의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노조 내부 부패로 이어지도록 방치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이 장관의 지적은) 노조가 노사 관계의 한 축인 기업을 상대로는 시위 등의 방법을 동원해 위력을 행사하며 압박하면서 정작 노조 스스로에 대해서는 치외법권화해 왔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문병주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문병주 논설위원이 간다'에서 “지난해 8월 말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한 운송기사들의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의 아내”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택배노조가 생기면서 배송 수수료율을 9%에서 9.5%로 올려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송기사들의 괴롭힘이 있었다”며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적은 유서 내용을 밝혔다. 이어 택배노조의 업무방해, 시설물 파손 등을 지적하면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불법 행위에 가담한 노조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 이어진 8면 기사에서 “(정부는) 특히 노조에 속하지 않는 '노동 약자'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46.3%였다. 반면 100∼299명 규모는 10.4%, 30∼99명 규모는 1.6%에 그쳤다.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에 불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을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노노 간 착취 구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청년세대, 노동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게 노동 개혁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두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의 말처럼 노조의 깜깜이 회계 관행을 바로잡는 건 노동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민주당은 노조 감싸기를 중단하고 노조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입법에 협력해야 한다. 노조도 진정으로 전체 근로자를 대변하려면 조합원과 국민 앞에 살림살이를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경향 “형평성 잃은 검찰·민주당의 검사 공개, 모두 선 넘지 마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서 검사 16명의 실명·직함·사진 등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27일 아침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는 '도 넘은 좌표찍기'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수사 형평성에 대해서도 함께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야당 대표와 전 정부 수사 검사들을 하나로 다 묶어 '야당 탄압' 굴레를 씌우는 것은 과도하다. 원칙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수사는 정치·여론의 외풍·압력에서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며 “검찰도 왜 정치 공방에 소환되는지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수사는 단서와 혐의를 좇다 확장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공공수사 1·2·3부가 모두 이 대표·야권 수사에 투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어 위축시키려는 '좌표찍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포퓰리스트적 행태에 대해선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검찰 역시 몰아가기식 수사를 한다거나 피의 사실을 누설해 여론전을 벌이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 원칙을 제대로 지켜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은 검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당 차원에서 검찰을 압박하고 검사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정상적인 공당(公黨)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공권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검찰은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고, 민주당은 검사 좌표 찍기와 같은 비상식적 행태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다시 그 직후 당대표에 오르고,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당헌 개정으로 3중의 방탄막을 쳤다. 여기에 '검사 좌표 찍기' 방탄까지 하려는 건가”라며 비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국 기업 돈으로 보상 유력” 통보한 외교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쪽에 외교부가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의 기부만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유력한 안으로 통보한 사실이 나타났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단체와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실을 밝히며 “미쓰비시중공업이나 일본제철과 같은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나 출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다른 기업들의 출연조차 없는, 말 그대로 일본을 면책시켜주는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해당 소식을 다뤘다. 기사는 “(정부는) 양국 대립이 길어지고 일본이 좀처럼 기대했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018년 10월 대법 확정 판결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지원재단이 대납하는 내용의 '선제 조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관계 정상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 쪽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한 수십년의 노력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거니와 한-일 관계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역사 문제를 이렇게 졸속으로 덮고 가는 것으로는 피해자는 물론 여론의 동의도 얻을 수 없다. 여론의 반발을 초래해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마저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2면 기사 '“국내 기업 기부금으로 변제 추진”'에서 “피해자들이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와 사죄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 협상이 진전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측에서 먼저 변제를 시작하고 추후 일본 측의 참여와 사죄를 설득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한 해법이라는 것”이지만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국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0 대 100'의 외교적 패배이자 참사”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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