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요금인상? "무임승차 기준 조정부터"…버스 동시인상 '우려'
내년 예산에 정부지원 반영 안돼…오세훈 시장 "요금 인상 고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요금 인상 전에 무임승차부터 손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 소식에 시민들은 이번 기회에 '무임승차'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최근 지하철 사고를 언급하며 요금 인상이 안전투자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지하철 노약자 무임 수송 손실 비용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서울시가 8년 만에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 요금 인상 '찬성'하지만 "무임승차 그대로?…연착 대책도 마련해야"
27일 뉴스1이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은 요금 인상에 부담을 호소하면서 무임수송 적자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시설노후화 개선, 인력 배치 등 불편사항 해소에 요금 인상분이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장인 김모씨(33)는 "도시철도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가장 큰 이유가 무임승차 때문이라면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일정부분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하철 요금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지하철의 경우 만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및 보호자 동반 만 6세 미만 영·유아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간호사 박모씨(29·여)도 "20년 전만 해도 '건강나이'가 67세 였는데, 요즘은 73세로 크게 높아졌다. 그만큼 고령화가 사회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무임승차 대상 연령기준을 높이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헤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1137억원, 지난해 96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무임 수송으로 인한 적자가 차지한 비율은 2784억(29%)에 달했다.
올해 발생한 침수사고와 지하철 연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시위(전장연) 등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지난 8월 이수역에서 지하철 침수 피해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직장인 김모씨(30)는 "에스컬레이터가 폭포수처럼 변하고, 천장이 갑자기 무너지는 걸 봤다. 시설이 너무 노후화된 게 이유인 듯싶었다"며 "지하철 요금을 올리더라도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사항 위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모씨(25·여)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인해 아침마다 제대로 된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돈을 더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할 문제에는 뒷짐 지고 있고, 예산 문제에만 민감한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동시 인상은 부담…순차적으로 해야"
시민들은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시차를 두고 인상되길 희망했다. 동시에 인상될 경우 부담이 커진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지하철과 버스요금은 대부분 동시에 인상됐다. 지난 2015년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 뒤 8년째 그대로다.
앞서 2007년에는 100원씩, 2012년에는 150원씩 동시에 올랐고, 2015년 6월 인상폭은 지하철 200원, 버스 150원이었다.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씨(33)는 "경기도민은 출퇴근할 때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인상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지하철 요금 200~300원 인상이 적게 보일지는 몰라도 한 달이면 1만2000원, 1년이면 14만4000원을 더 쓰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그간 정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에 근거해 코레일에만 무임 수송 손실 비용을 지원해 왔다. 이에 서울시 등은 '정부 방침에 따른 교통 복지인 만큼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 지자체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요금인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며 ""더는 '교통은 복지다'라는 차원에서 연 1조원의 적자를 매년 감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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