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날씨에 길거리에 버려"…텍사스 주지사 이민자 이송 논란 확산

김현 특파원 2022. 12. 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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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8도였던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민자 110~130명 부통령 관저 앞에 내려놔
지난 2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리오그란데 강 인근의 캠프에서 머물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 정치권에서 불법 이민자 이송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간 공방이 재차 격화하고 있다.

이번 공방의 발단은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 주지사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중남미인들의 불법 입국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항의 표시로 불법 이민자 100여명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저 앞에 내려놓으면서부터 재점화됐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성명을 내고 "애벗 주지사는 영하의 온도였던 크리스마스이브에 연방정부나 지방정부와 어떠한 조율 없이 아이들을 길가에 버렸다"며 "정치 게임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며, 단지 생명만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산 대변인은 "이것은 잔인하고 위험하며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민주당 및 공화당과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4월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국경 정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멕시코와 텍사스간 국경으로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을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시장이 있는 워싱턴DC,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북부 도시로 보내 왔다.

워싱턴DC 역사상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이브로 기록된 지난 24일에도 해리스 부통령 관저인 미 해군성 천문대 앞에 불법 이민자 110~130여명을 태운 버스 3대가 멈춰섰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당초 이들 불법이민자들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지난 25일 뉴욕주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뉴욕주가 겨울 폭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목적지를 워싱턴DC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버스에 탑승한 불법 이민자 중에는 반바지 차림도 있었으며, 영하 8도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담요를 두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은 곧바로 워싱턴DC시가 제공한 차량에 탑승해 교회로 옮겨졌으며, 현재 이들은 모두 미국내 가족과 친구들 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불법 이민자 이송도 애벗 주지사가 관여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애벗 주지사측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애벗 주지사가 부통령 관저로 불법 이민자들을 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9월 부통령 관저로 처음 불법 이민주들이 탑승한 버스를 보냈을 당시 한 언론에 출연해 "그(부통령)가 국경을 보러 내려오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이 내려와 보지 않을 것이라면 우리는 그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시 거리에서 얼어 죽을 위험이 있는 수천 명의 남성과 여성, 아이들이 매일 텍사스로 넘어와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영하의 날씨 속에 이민자들을 전혀 연고가 없는 도시에 내려주며 방치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텍사스가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호아킨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25일 트위터에 "애벗 주지사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돈도 없고, 아무런 수단도 없는 사람들을 부통령의 관저 앞에 내려줬다"며 "비정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뉴욕)도 "애벗 주지사는 생명을 존중하는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혹한의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의 생명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영하 8도의 날씨에 이민자들을 내려놓는 것은 너무 잔인해서 범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6월25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접경인 텍사스주 엘파소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불법 이민자 이송 문제는 지난 11월 중간선거 전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가세하면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공화당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9월 자신의 관할이 아닌 텍사스주에 있는 불법 이민자들을 2대의 비행기에 태워 매사추세츠주의 부유층 거주지 마서스비니어드에 보낸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 등을 향해 "정치적 행동"이라며 "미국적이지 않고 무모하다"고 비난했었다.

현재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달(11월) 멕시코와 접한 남쪽 국경에서 23만3740명이 불법 입국하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는 월간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2022회계연도에 남부 국경 불법이민자는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도입한 국경통제 관련 '타이틀 42(42호 정책)'를 중단하는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미국 망명을 신청한 불법 이민자의 즉각 추방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 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달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이 조치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며 지난 21일부로 기한 종료를 결정했다.

행정명령 폐지를 이틀 앞둔 지난 19일 보수 우위의 연방대볍원은 공화당 주정부 요청에 따라 심의에 들어가면서 폐지를 일시 보류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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