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마저 문 닫는 터미널...공공성 딜레마 속 지자체도 '부담'
[앵커]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버스 터미널 폐업이 최근 들어 경기 성남시 등 수도권에서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민간 사업자가 운영을 포기한 건데 공공성이 분명한 사업이지만 지자체도 부담을 떠안기 주저하고 있습니다.
임성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01년 문을 연 성남종합버스터미널입니다.
20년 넘게 성남시와 대도시, 중소도시를 잇는 관문 역할을 했지만, 이번 달(12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습니다.
터미널 곳곳에는 운영 업체의 폐업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터미널을 운영해 왔지만, 수요와 매출 감소로 더는 버틸 수 없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하루 평균 7천 명 수준이던 승객이 코로나19 이후 절반으로 급감하면서, 민간 사업자가 운영을 포기한 겁니다.
갑작스러운 폐업 결정에 이용객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유복 / 터미널 이용객 : 자주 이용하다 보니까 편해졌어요. 오늘도 열차 타고 가라는데 제가 뿌리치고 버스 탔거든요. 앞으로 걱정은 됩니다.]
[최주희 / 터미널 이용객 : 병원 때문에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이용하고 있어요. 사라지면 대중교통 말고 차로 다녀야 하니깐 많이 부담스럽고 불편할 것 같아요.]
여러 해 동안 버스 터미널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은선 / 터미널 상인 : 시민들이 터미널 안쪽으로 들어올 이유가 전혀 없겠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고, 가게를 정리하고 나가겠다는 분들도 많고….]
경기 고양시 화정동 시외버스터미널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용객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경영난도 점점 심해지면서, 터미널 운영 업체는 얼마 전 지자체에 폐업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예전엔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에서 주로 발생하던 버스터미널 폐업이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속버스보다는 자차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고속철도 등 새로운 대체 교통수단이 자리 잡은 탓입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촘촘한 노선 등 장점도 많아 버스터미널을 찾는 시민이 여전한 만큼,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철기 /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 지자체에서 인수를 하는 방법이 제일 좋은데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운영비를 지자체가 보조해주고,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현행법도 버스 터미널을 운영하려는 사업자가 없을 때 지자체가 직접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로선, 부지 매입과 운영비 등 막대한 돈이 드는 터미널 운영을 도맡는 게 꽤 부담스럽습니다.
때문에, 성남시는 도로변에 임시 터미널을 만들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고, 고양시는 사업자 측에 임시 정류장을 만들 때까지 폐업을 미뤄달라고 제안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두 곳 모두 직접 운영하겠다고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터미널 운영을 놓고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시민과 상인들만 불이익을 겪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임성재입니다.
YTN 임성재 (lsj6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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