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알고도 9시간 보고 미룬 서훈…“분석 더 필요”
[앵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재판에 넘겨졌고 어제 또 한번 소환 조사를 받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서 전 실장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권유에도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건을 '늑장 보고'했던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서 전 실장을 '최종 책임자'로 보고, 문 전 대통령은 조사하지 않기로 한 배경도 여기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이화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고 이대준 씨 사망 사실이 국정원의 첩보 분석을 거쳐 박지원 당시 원장에게 보고된 것은 밤 11시 20분.
박 전 원장은 약 10분 뒤 이 사실을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직접 전화로 알렸습니다.
서훈 전 실장은 곧바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 등이 참석하는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원장은 "지금이라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서 전 실장은 "아직 첩보 분석이 정확하지 않으니 더 따져봐야 한다"며 미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당시 총격에 이어 시신 소각까지 이미 끝났다고 보고했지만, 회의 도중 '소각으로 추정되는 불빛이 서해에서 추가 포착됐다는 첩보'가 들어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서 전 실장은 "첩보를 정확하게 다시 분석해 오라"고, 국방부에 지시했습니다.
[서훈/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새벽 1시에 긴급하게 소집된 이유는 정황 첩보, 사살·살해됐다는 정황·첩보가 들어온 상황 속에서 정말 그게 사실이냐, 첩보가 맞느냐..."]
하지만 검찰은 이 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단순히 첩보 재분석만 지시한 게 아니라, '피격'과 관련된 첩보를 일단 지우라는 '보안 지시'를 국방부와 국정원에 내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대준 씨를 구조하지 않은 책임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걸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그날 밤을 거쳐 대통령에게 '피격 사망' 사실이 보고된 건 다음 날 아침 8시 반이었습니다.
서 전 실장이 국정원 분석을 공유받은 지 9시간 지난 시점이었고, 그 땐 이미 문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엔 상황이 모두 끝나버렸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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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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