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고 불러" 유명 프로파일러의 은밀한 가스라이팅

이지선 기자 2022. 12. 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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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전북 10대뉴스]③유명 프로파일러 비위 사건
"억울하다"는 박 경위…결국 맞고소전 진실공방

[편집자주] 2022년 전북은 무주 이산화탄소 질식 일가족 사망, 익산 장례시장 조폭 흉기 난투극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른 한 해였다. 지역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 사상 첫 정치인 출신 도지사 선출 등 정치적 이슈도 많았다. <뉴스1 전북취재본부>는 올 한 해 전북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4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 News1 DB

(군산=뉴스1) 이지선 기자 = 지난 7월 발생한 '전북경찰청 프로파일러 비위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렸던 프로파일러 경찰관의 이중적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프로파일러는 허가 없이 민간자격증을 발급한 혐의로 송치됐다. 또 여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 범인 잡는 프로파일러, 피의자 신분으로

법최면 전문가로 잘 알려진 프로파일러 박모 경위(50). 각종 방송에서 최면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박 교수'라는 이름으로 제자들 위에 군림하며 사람들을 조종해왔다는 추문의 주인공이 됐다.

박 경위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앞세워 여성 제자들에게 안마를 시키거나, 포옹, 손잡기, 특정 부위 만지기, 입맞춤, 성폭행 등 각종 성범죄와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잘나가던 경찰관이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 해군 수사관에서 경찰청 2기 범죄심리분석관으로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인 박 경위는 해군 수사관으로 일하던 지난 2002년 법최면수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군복을 벗은 박 경위는 2007년 경찰청 2기 범죄심리분석관으로 특채 임용됐다.

경찰복을 입은 그는 '경기남부 연쇄살인 사건'과 '고준희양 살해·유기 사건' 등 주요 굵직한 사건에서 최면을 통해 단서를 찾아내며 그야말로 '해결사'로 활약했다. 강단에서 법최면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박 경위는 TV 시사 프로그램에 법최면 수사 전문가로 다수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 TV드라마에서는 '법최면 수사관'으로 등장해 최면을 유도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명성은 박 경위에게 독이 됐다. 피해자들은 박 경위가 지위를 이용해 경찰 조직 밖에서 만난 사람들을 자신만의 왕국으로 끌어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 학회 조직·운영 통해 탄생한 '박 교수' 박 경위는 10여년간 '한국최면심리학회'의 교육 이사를 맡아 사실상 이 학회를 운영해왔다. 대학에서 심리학이나 상담학, 법학 등 특정 분야를 전공한 이들에게 교육비를 받고 '임상최면사'라는 자격증을 발급해주기도 했다. 현재 박 경위를 둘러싼 각종 범죄 의혹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2019년 처음 지인을 통해 박 경위를 알게 됐다는 한 피해 여성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자들이 겪은 일들을 털어놨다. 피해자는 학회 안에서 제자들이 그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박 경위가 2020~2021년 본인이 운영하는 학회 회원들을 사무실과 차량·모텔 등에서 억지로 껴안거나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친밀감을 형성해야 된다고 하면서 오빠라고 부르게 하고 안마를 시키기도 했다"며 "가슴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거나, 실제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 전경/뉴스1 DB ⓒ News1 이지선 기자

◇ 자격기본법 위반 송치와 검찰 수사 사건이 불거지자 전북경찰청은 박 경위를 직위 해제하고 감찰 조사를 벌였다.

박 경위는 감찰 조사에서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며 "편집증과 피해망상증이 있는 일부 회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착취와 논문 대필 의혹 등도 부인했다.

이후 전북경찰청은 조사 결과 박 경위가 학회 이름으로 회원들에게 발급한 '임상최면사' 자격증이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 "억울하다" 박 경위의 맞고소로 번진 진실공방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은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업무 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 누설, 강간 등 혐의로 박 경위에 대한 고소장을 냈다. '제 식구 감싸기' 등을 우려해 경찰이 아닌 검찰에 고소장을 낸 것이다

그러자 박 경위는 되레 이들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 경위는 고소장을 통해 "여성들과 합의로 이뤄진 관계였다. 강제적인 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성비위나 내부 자료 유출 등 부분은 피해자들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나 수위 등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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