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을 희망의 공간으로"...추모시설은 어디에?
[앵커]
이태원 참사 직후 시민들은 참사 현장 근처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에 자발적으로 추모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이제 50여 일이 지나며 공식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추진되고 있지만, 장소를 놓고 유가족과 서울시의 입장이 갈리며 첫걸음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박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빼곡히 메웠던 손편지와 꽃다발이 하나둘 상자로 옮겨집니다.
희생자들의 49재가 지난 뒤, 유가족과 이태원 상인들이 추모 물품을 새로운 공식 추모 공간에 영구히 보관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겁니다.
추모 공간이 들어설 장소로 유족들이 꼽는 1순위는 이태원역 1번 출구입니다.
참사 현장과 가까운 데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철 / 유가족협의회 대표 : 이태원 참사 현장이 온전한 애도와 기억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참사를 목격한 또 다른 피해자인 상인들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동희 /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회장 : 이태원 1번 출구를 재단장했습니다. 모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우리가 마주했던 그날의 기억을 품고 더 나은 희망의 공간 이태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추모 공간 후보지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아닌 민간 건물 3곳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들은 민간 건물의 경우 건물주 요구에 따라 비워야 할 수도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추모 공간 설치의 가장 첫 단계인 입지 선정부터 유족과 지자체의 의견이 엇갈리는 겁니다.
이러다 앞서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참사 희생자 위령탑이 사실상 시민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세워지거나, 참사와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곳에 마련된 전례가 되풀이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광화문 기억공간을 두고는 지금도 유족과 서울시 사이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추모 공간이 사회 구성원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지, 또 다른 갈등과 비난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조현주 / 한국임상심리학회 회장 : 갈등을 보는 유족들 입장에서는 마치 이게 없었던 일로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또 한 번의 상처와 외상을 줄 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추모 공간이 애도를 넘어 기억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 차원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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