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남이 이끄는 리셀 플랫폼 ‘에어스택’...크림·솔드아웃 넘어 글로벌 노린다
수수료·배송비 무료 정책 내세우며 리셀 플랫폼 경쟁
“갤러리아와 별도” ...美·中과 연계한 국가간거래로 글로벌 시장 진출 염두
한화솔루션 자회사인 엔엑스이에프가 지난 20일부터 한정판 거래 플랫폼 ‘에어스택(AIRSTACK)’의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에어스택은 스니커즈, 패션 상품 등 전 세계 브랜드의 한정판 상품을 쉽게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이다. 나이키·뉴발란스·아디다스 등 스니커즈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한정판 새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 테스트 진행 후 내년 하반기부터 중고 상품을 병행 판매한다는 목표다.
에어스택은 ‘공항에 착륙하기 위하여 지시된 고도에서 대기 비행을 하는 비행기의 집단’을 의미한다. 에어스택 측은 플랫폼 명칭 의미를 “구름 위를 넘어 우주로 날아가 우리만의 경제 체계를 개척하고 같이 잘살아 보자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최근 항공우주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명칭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크림·솔드아웃과 달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중고거래 플랫폼임을 강조했다. 에어스택 측은 전 세계에서 접근이 용이한 C2B2C(소비자가 기업을 통해 각종 서비스나 물품을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 중개 거래 플랫폼을 표방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결합을 통해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과 연계한 국가 간 거래(cross-border trading)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스택을 운영하는 엔엑스이에프 임원진은 모두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아래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이근영 엔엑스이에프 대표이사는 한화솔루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 태스크포스(TF) 임원 출신이다. 정후상 사내이사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DT전략실장, 문경원 사내이사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다. 오명일 감사 역시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회계담당임원 출신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9월 엔엑스이에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억원(5000만주)을 투자했으며 이날 5000만주의 후속 증자를 예고했다. 출자 방법은 구주 우선배정이다.
◇크림 5.5%·솔드아웃 1% 수수료...에어스택은 0% ‘파격’
에어스택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양대 산맥이 된 크림, 솔드아웃 2강 체제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하는 모양새다.
수수료나 배송비를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플랫폼들과 달리 내년 1월까지 구매·판매 시 모든 거래에서 2.5%를 적립해주고, 판매 시 건당 배송비 4000원을 무제한 적립해준다.
구매 시 배송비 전액 무료, 모든 거래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며 타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크림은 내년 1월부터 판매와 구매 수수료를 각각 최대 2.5%, 3%로 올린다. 이에따라 크림이 받는 최대 수수료율은 5.5%가 된다.
무료 수수료 정책을 고수한 무신사의 솔드아웃 역시 이번 달부터 창고 보관 상품에 한해 수수료 1%를 부과하고, 내년부터는 일반 거래에도 구매 수수료를 최대 1% 부과하기로 했다.
리셀(재판매)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리며 수익 창출에 나서려는 것과 에어스택의 행보는 대비된다. 에어스택 측은 “판매·구매 수수료 무료 정책과 배송비 지원 정책은 이미 기성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쿠팡, 아마존 등이 표준화한 정책”이라며 “C2B2C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위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어스택은 가품으로 판정될 시 정품 금액의 4배를 보상한다는 파격적인 보상안도 내놨다. 솔드아웃이 가품 판정으로 수차례 홍역을 치른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에어스택 측은 “이미 중국 포이즌과 미국 스탁엑스가 가품 검수 기준 마련 및 표준화에 성공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검수 능력과 경력을 두루 갖춘 업계 베테랑 위주로 검수팀을 갖췄다”고 했다.
◇세계 1위 스탁엑스·베스티에르 콜렉티브 韓 진출...글로벌 역진출 포석
한화솔루션이 리셀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것은 최근 리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투자와 진출을 위한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운동화 리셀 시장 거래액 규모는 2019년 20억달러(약 2조5500억원)에서 2025년 60억달러(약 7조65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온라인 1위 리셀 플랫폼인 미국의 ‘스탁엑스’가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고, 유럽 명품 1위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역시 올해 초 한국에 진출해 중고거래 소비자층을 넓히고 있다.
스탁엑스는 지난해 경기도 김포시에 상품 검수센터를 설립하고,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역시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중고 거래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자, 한화솔루션은 역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도 염두에 둔 플랫폼을 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에어스택 사업을 위한 별도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화솔루션 미국 법인에서는 필요한 사업 부문이 생기면 투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의 막내 동생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이끄는 한화갤러리아와는 별개로 운영된다. 지난해 4월 한화솔루션에 흡수 합병됐던 한화갤러리아는 내년 3월 다시 분할할 예정이다. 분할 비율은 한화솔루션과 한화갤러리아가 각각 89.8%와 10.1%다.
에어스택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친환경 사업 전개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에어스택의 창업 목적”이라며 “한화갤러리아와는 관련 없는 신사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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