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기 침체 가능성 80%…美 기준금리 6%까지 올릴 수도”

박용선 기자 2022. 12. 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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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11월 발간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2% 안팎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올해(2%대)보다 낮은 1%대의 경제 성장률이 전망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은 우울한 전망대로 흘러갈까.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전망에도 경제 주체들은 토끼처럼 발빠르게 뛰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국내외 석학들을 만나 세계 경제 전망과 활로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전 IMF수석이코노미스트, ‘화폐의 종말’ ‘이번엔 다르다’ 저자 / 케네스 로고프

“미국, 유럽 등 세계 경제가 2023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12월 7일 서면 인터뷰에서 내년 세계 경기 침체를 전망했다. 로고프 석좌교수가 예측한 경기 침체 확률은 80%. 그는 “중요한 건 침체의 정도”라며 “가벼운(mild) 침체 확률은 35%, 심각한(severe) 침체 확률은 45%”라고 했다. 그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계속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심화 등을 꼽았다.

로고프 석좌교수는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에 실기했고, 이후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다”며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가 연준이 내년 금리를 5%대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이 정도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인 2~2.5%로 낮추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금리를 6%대까지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로고프 석좌교수는 “중국의 저성장도 세계 경제에 악재”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저성장이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와 맞물린다면 세계 경제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 세계 경제를 전망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극도로 깊은 경기 침체를 겪은 세계 경제가 2021년 놀라울 정도로 회복했다. 하지만 2022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2023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2022년 3.1%에서 2023년 2.2%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5% 미만이면 경기 침체로 간주해야 한다.”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온다는 것인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크다. 80% 이상으로 본다. 중요한 건 경기 침체의 정도다. 가벼운 침체 확률은 35%, 심각한 침체 확률은 45%다.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할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유럽이 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겪는 유럽은 투자가 위축되고 겨울이 오면서 에너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0% 상승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올해 6월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내년에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전망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많은 전문가가 내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5%대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 말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2~2.5%로 낮추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금리를 6%대까지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장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금리 인상은 3~6분기(9~18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용과 생산에 주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준은 경제가 대규모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로고프 석좌교수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길게 보면 2025년까지의 세계 경제가 오일 쇼크를 겪은 1970~80년대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일 쇼크 이후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엄격한 통화긴축 정책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세계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침체 기간은 과거 오일 쇼크보다 짧을 수 있겠지만, 세계 경제 위기 동조화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은 3% 초반대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저성장 기조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23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고도성장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포기한 것 같다. 고도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인식일 수도 있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체제 강화와 시장 지향적인 기술 관료를 몰아낸 것은 중앙 정부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중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술 기업가를 단속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약 3년간 펼친 강력한 ‘제로 코로나(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는 극단적인 중앙 통제를 잘 보여줬다. 이 정책은 처음에는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재앙으로 바뀌었고 중국 정부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저성장이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와 맞물린다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12월 7일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격 전환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리오프닝(reopening·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는 것은 분명 세계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이 효과를 본다는 가정하에서다.”

/셔터스톡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신냉전 시대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미 세계는 미국과 중국으로 나뉜 2차 냉전에 돌입했고, 그 결과 세계화가 둔화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는 생산성을 크게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악화할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가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견해에 회의적이다. ‘현대 기술이 독재자를 타도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북한을 보자. 국가 경제는 독재자들에 의해 폐허가 되고 국민은 엄청난 고통을 겪지만, 체제는 온전하게 남아 있다. 이런 기록이 앞으로 10년 안에 바뀌길 바랄 뿐이다.”

신흥국의 과도한 부채, 경기 침체도 우려된다.

“빈곤한 개발도상국과 저소득 신흥 시장은 이미 심각한 부채 문제에 빠져 있다.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더 큰 신흥 시장이 문제를 겪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이들 경제에 혜택을 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튀르키예(터키)는 무모한 통화 정책으로 인해 80%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디폴트(채무 불이행) 또는 금융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각국의 경제 성장 전략을 조언한다면.

“닥쳐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대내외 위험 관리에 힘쓰고 취약 계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너무 서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로 인해 더 큰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가속화하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로봇, 생명공학 신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이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글로벌 투자 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 이른바 ‘차이나 런(China run·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이 아닌 한국, 일본 그리고 남아시아에 투자할 수 있는데, 이 기회를 한국이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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