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 맞아 고향 찾았다가…무주 일가족 '참변'

강교현 기자 2022. 12. 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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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북 10대 뉴스]① 무주 일가족 일산화탄소 사고 6명 사상
'보일러 연통 벌어진 배기구' 원인…반복되는 일산화탄소 사고

[편집자주] 2022년 전북은 무주 이산화탄소 질식 일가족 사망, 익산 장례시장 조폭 흉기 난투극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른 한 해였다. 또 지역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 사상 첫 정치인 출신 도지사 선출 등 정치적 이슈도 많았다. <뉴스1 전북취재본부>는 올 한 해 전북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4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전북 무주의 한 주택에서 가스 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5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전북소방본부 제공)2022.10.10/뉴스1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지난 가을, 전북 무주군의 한 단독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사고로 인해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 생신 맞아 고향 찾은 딸·사위 일가족 6명 참변

지난 10월9일 오후 한 남성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그 남성은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은 신고자가 알려준 주소지인 무주군 무풍면의 한 단독주택으로 출동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어머니 A씨(84) 등 일가족 5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함께 발견된 딸 B씨(57)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난 주택은 큰방과 작은방 등 방 2개, 거실, 화장실 1개인 구조로, 당시 이들 가족은 거실에서 3명, 큰방과 작은방에서 각 1명이 발견됐다. B씨는 화장실 안쪽 문 앞에서 쓰러져 있었다.

딸부부와 손녀 등 일가족 5명은 A씨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하루 전인 8일 시골집에 모였고, 이날 보일러를 틀었다가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집 안에는 가스가 가득했고, 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사고가 났던 8~9일 밤 사이 무주의 최저 기온은 10도 안팎으로 쌀쌀했다.

전북 무주의 한 주택에서 가스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5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사진은 해당 주택의 기름보일러(전북소방본부 제공)2022.10.10/뉴스1

◇사고 원인은 "보일러 연통 벌어진 배기구"…'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원인 조사에 나선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국립과학수사 연구원과 함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와 연통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2차례에 걸친 감식 결과, 보일러는 정상적으로 작동됐지만 연통 일부분이 벌어진 틈새가 발견됐다. 또 연통 배기구 내부에서 상당양의 타르 등 이물질도 확인했다.

결국 일가족 참사의 원인은 보일러 연통 때문이었다.

경찰은 벌어지고 막혀있던 연통으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주택 내부로 유입돼 이같은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화장실에서 발견됐던 딸 B씨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5년간 가스보일러 사고로 피해를 입은 55명 중 54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무주사고가 발생한 날 경북 포항의 한 숙박업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60~70대 여성 3명이 모텔 객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역시 가스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가 객실로 유입되며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는 수능을 마친 학생 10명이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월 한 아파트에서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명이 아파트 보일러 연통 문제로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1명이 숨지고, 1명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제2의 무주 참사 막아야…지자체 안전대책 마련

사고 이후 전북도는 "보일러 가동전에 연통고정상태, 이물질 막힘 등을 반드시 전검해 달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가스누출 등 생활안전과 주거 안전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북도는 '취약가구 가스 누출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주택 40만호를 대상으로 전수 점검키로 했다. 또 보일러 시설 점검사업 확대, 일산화탄소 감지기 보급, 단독주택 대상 일산화탄소 누출여부 점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도는 현재 시행 중인 사회복지사업 및 법령 개선 사항 등을 발굴해 정부에 적극 건의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독거 노인, 장애인 등 도내 1만7000여명에 대해서는 위기 상황 대비 목적의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시행 중으로, 화재감지기 등 ICT 장비 5종이 지원되고 있다. 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5종과 함께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부처에 건의하기로 했다.

별도로 정부 법령 개선 건의를 통해 향후 개별 보일러를 설치하는 건축물 신축 시에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 되도록 하고 기존 건축물에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보급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나갈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무주 사고를 언급하며 "일선 공직자들은 겨울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챙기는데 보다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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