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던진 대주주 회피물량, 기관이 받았지만…"안심은 금물"
기관·외국인이 받아내며 충격 완화도
27일까지 큰손들 물량 폭탄 가능성
"실적주들 저가 매수 기회 이용해야"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매기는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 개인 큰 손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기관과 외인이 물량을 수월하게 소화한 모습이다. 그간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을 받은 가족합산을 폐지하면서 예년보다는 매도 압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대주주 확정일인 28일 직전인 27일 하루 동안 매도세가 몰릴 가능성도 크다. 특히 12월 들어 개인 매수세가 활발했던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업종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거래량이 쪼그라든 연말에 펀더멘털과 무관한 수급 이벤트가 펼쳐지는 만큼,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 9620억 매도…기관·외국인이 받아내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962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8880억원, 외인은 870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개인이 내다 판 주식을 외국인·기관이 주워담은 모습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양도세 회피 매도세를 알파를 낼 기회로 해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증시가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선 일단 한숨 돌린 모양새다. 올해 개인 큰손 투자자들은 매도를 미뤄 온 측면이 있다. 이번에는 정부안이 통과돼 대주주 요건이 기존 1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상향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이 닥쳐 현행 요건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이들이 급하게 매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매도 물량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은 ‘현대판 연좌제’로 비판받은 가족합산 폐지 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다. 그동안에는 대주주 주식 보유액을 판단할 때 주주뿐 아니라 배우자, 부모, 자녀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했다. 투자자 본인이 10억원 이하로 주식을 들고 있더라도 가족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쳐 10억원을 넘으면 양도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시행령을 고치면서 개인별로 종목당 10억원 넘게 주식을 보유한 경우만 과세하기로 했다.
최 연구원은 “앞으로 투자자 개인별로 과세하기로 하면서 지금까지 가족합산 제도를 피하려 불필요하게 매도했던 물량이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27일 양도세 회피 나올 가능성 여전
다만 양도세 부과 대상자가 확정되기 직전까진 긴장의 끈을 놔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연말이 되면 거래량이 줄어드는 만큼 작은 매도나 매수에도 시장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매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자가 확정되는 28일 직전인 27일까지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니란 시각이다.
증권가에선 12월 들어 개인 매수세가 강했던 업종들에 매도세가 몰릴 수 있다고 짚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개인은 반도체(7000억원)와 IT가전(6000억원), 화학(5000억원), 자동차(4000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실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시총 상위 종목들에서 개인 매도세가 꿈틀대는 모습이다. 26일 개인은 삼성전자(005930)를 723억원어치 던졌으며 LG화학(051910)(80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75억원) 기아(000270)(27억원)에서도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연초 대비 주가가 폭등한 종목들 역시 양도세 회피용 매도 타깃으로 지목됐다. 네옴시티 관련주로 묶이며 연초대비 주가가 130.9% 급등한 한미글로벌(053690)은 올 들어 개인이 65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403.6% 오른 금양(001570)은 760억원, 343.6% 오른 카나리아바이오(016790)는 113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중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된 곳들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수급이슈는 실적 팩터에 기회”라고 짚었다. 실제 한미글로벌의 경우, 회피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지목됐지만 내년 영업이익 예상치가 366억원으로 올해 추정치(268억원) 대비 36% 많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개인 순매수가 집중됐던 반도체와 IT가전 등 개별 섹터의 수급 변동성이 확대될 예정이지만 이 같은 수급 이벤트가 유발하는 주가 변동성은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며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접근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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