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의 베트남? 김판곤의 말레이?… 누가 웃을까

27일 미쓰비시컵 조별리그 맞대결
“마지막 대회” 박, 유종의 미 각오
김, 동남아 맹주 자존심 회복 의지

베트남은 2018년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 정상에 올랐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8강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사상 처음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까지 올라설 정도로 성장했고, 아시아 8개 국가 이상이 출전하는 북중미 대회를 꿈꿀 만큼 강해졌다. ‘쌀딩크’로 불리는 박항서(63)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베트남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으로 만들어 놨다.

말레이시아는 베트남에서 분 ‘쌀딩크 열풍’이 부러울 뿐이었다. 동남아 축구 맹주였던 말레이시아는 2018년 AFF 대회에서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 무릎을 꿇어 준우승에 그쳤고, 지난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결국 새로운 사령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말레이시아는 올해 초 김판곤(53)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판곤매직’을 기대했다.

한국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맞대결을 펼친다. 두 나라는 27일 오후 9시30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2022 AFF 미쓰비시컵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맞붙는다. 말레이시아는 2승으로 조 1위, 1경기를 치른 베트남은 1승으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박 감독으로선 유종의 미가, 김 감독에겐 증명이 필요하다. 2017년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름답게 이별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아르헨티나가 리오넬 메시를 위해 뭉친 것처럼 베트남 대표팀도 박 감독을 위해 똘똘 뭉쳐 우승을 꿈꾸고 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6-0 대승을 거뒀다. 이는 박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면서 거둔 최다 점수 차 승리다.

파죽지세 말레이시아는 AFF를 제패해 옛 위용을 되찾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6월 아시안컵 예선을 넘어 43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첫 경기에서 미얀마를 1-0으로 격파했고, 두 번째 매치에서 라오스를 5-0으로 물리치며 조 1위에 올라 있다.

조 1위와 2위가 준결승에 올라가는 이번 대회에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모두 강력한 4강 후보로 꼽힌다. A조에서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4강을 노리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 한국 감독 맞대결이 연달아 펼쳐질 가능성도 높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