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동산]② 하락장 속 선방한 서초·강남·용산, 무너진 ‘노도강’

김송이 기자 2022. 12.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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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불패’라 불리던 서울도 타격을 받았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말과 비교해 6.5% 하락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13.2%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1년새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집값이 전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하락 정도는 달랐다.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던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속절없이 무너졌다. 반면,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과 호재가 많았던 용산의 아파트 가격은 상대적으로 강한 가격 지지력을 보였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전경 / 조선DB

◇하락장 속 ‘신고가’ 터진 강남·서초… ‘신흥 강자’ 용산

연말에 접어들수록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남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선경3차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3일 21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0.5㎡ 역시 지난달 19일 역대 최고가인 18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하락 거래가 많지만 신고가 거래도 꾸준히 이뤄지면서 강남권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아파트 하락폭이 가장 작은 곳은 서초구다.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과 비교해 1.9% 하락했다. 서울에서 하락폭이 1%대인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바로 옆 강남구의 아파트 값 하락률도 3.9%로 서울 전체 평균(-6.5%)보다 2%포인트(P) 이상 낮았다. ‘강남 4구’로 묶였던 송파구와 강동구의 아파트값은 작년 말과 비교해 각각 7.6%, 6.3% 떨어졌다. 송파구의 ‘대장 아파트’로 불렸던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도 1년 새 매매가가 수억원씩 떨어졌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강남과 서초는 입지, 인프라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요인들이 양호하기 때문에 수요가 상대적으로 받쳐줘 집값 하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면서 “‘강남4구’라고 묶였지만 강남과 서초, 강동과 송파 는 입지와 인프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강동과 송파는 하락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올해는 용산구의 가격 방어력이 두드러졌다. 올해 용산구의 아파트값은 작년 말 대비 3.8% 떨어졌는데, 서울에서 서초구 다음으로 가장 하락폭이 작은 지역이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가 지난달 7일 최고가인 94억5000만원에 매매되는 등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용산은 한강변을 따라서 초고가 아파트가 분포돼 있어 침체된 시장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면서 “초고가 아파트가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남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정비사업, 집무실 이전, 용산 정비창 개발 등 호재가 꾸준히 있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부동산 매물 / 뉴스1

◇“작년 집값 상승률 1위인데”… 상승분 반납한 ‘노도강’

지난해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은 올해 들어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에 민감한 수요층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지역이다보니 타격이 컸던 것이다. 노도강의 집값 하락폭은 작년 상승폭보다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노원구다. 12월 셋째주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년 말 대비 10.9% 떨어졌다. 노원구는 지난해 재건축 호재와 ‘영끌족’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9.8%)이 가장 많이 뛰었던 자치구다. 사실상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강남, 서초, 용산은 지난해 상승폭이 올해 하락폭의 2배를 웃돈 것과 대조적이다.

노원구와 함께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인 도봉구의 집값 하락세도 거세다. 지난해 집값이 6.4% 올랐던 도봉구의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0.7% 떨어졌다. 노원구 다음으로 서울에서 집값 하락폭이 가장 크다. 강북구의 집값 하락폭은 8.7%로, 작년 상승폭(3.9%)의 2배 수준을 넘어섰다.

노도강 지역의 집값 급락 사례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 노원’ 전용 59㎡(28층)는 지난달 11일 7억 7000만원에 중개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8월 29일 9억 8700만원(23층) 대비 2억 17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 전용 41㎡도 지난달 24일 직전 거래(6억5000만원) 대비 2억원 이상 떨어진 4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은 강남에서 오르기 시작해 외곽으로 퍼지는데, 노도강은 가장 늦게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상승폭이 컸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폭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올해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었던 데다 ‘영끌’, ‘패닉바잉’이 몰린 지역이라 금리인상에 따른 민감도가 높아지며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 대표도 “집값 상승기에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통해 매수할 수 있는 지역은 노도강이었고, 수요가 몰리다 보니 가격이 올랐다”면서 “그러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실수요가 매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게 됐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큰 내년까지 노도강의 집값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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