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갑부’ 권혁빈 이혼 소송, 재벌들과 결과 다를듯… 법조계 “스마일게이트 주식, 결혼 후 형성된 재산”
“혼인 후 창업해 회사 발전… 특유재산이라 주장할 수 없을 것”
“사업 성공 기여도 따라 재산 분할 비율 달라질 수도”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49)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이혼 소송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권 CVO가 부인에게 주식의 상당 부분을 분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1심 판결이 나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법원이 SK(주)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배제하며 사실상 최 회장의 ‘완승’을 선고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조계에서 주목하는 권 CVO 이혼 소송의 특이점은 스마일게이트 주식이 ‘결혼 후’ 형성된 재산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다수 재벌들의 이혼 소송에서 회사 지분은 한쪽이 혼전에 물려 받은 특유재산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권 CVO가 결혼한 후 설립된 회사이며 배우자가 초기부터 지분 출자와 경영에 참여했다.
◇ 권혁빈, 지주사 지분 100% 통해 그룹 전체 장악… 부인 이씨, 창업 초기 지분·경영 참여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권 CVO의 배우자 이모씨는 남편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받았다.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권 CVO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33.3% 등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은 통상 이혼 소송의 첫 단계로 여겨진다. 아직 본안 소송은 제기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 초 포브스에서 집계한 권 CVO의 재산은 약 9조원이었다. 권 CVO가 전량 보유 중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가치를 추산해도 9조~10조원 수준이다. 보통 게임업체의 기업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을 지배주주순이익을 나눈 값)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 기준 PER(18배)을 대입한다면,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올해 실적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지배주주순이익 5050억원)이라고 가정해도 시총은 9조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권 CVO와 이씨는 2001년 혼인했다. 당시 권 CVO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92학번 동기였던 배정훈 대표와 함께 원격 교육 솔루션 업체 포씨소프트를 3년째 운영 중이었으나, 결혼할 무렵 회사를 떠났고 이듬해인 2002년 6월 이씨와 함께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창업했다.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권 CVO가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던 게임업체 코디넷과 같은 주소지(서울 신사동 동원빌딩)를 공유했으며, 두달 후 서강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지분은 권 CVO가 70%, 이씨가 30%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창업 후 한달 뒤인 2002년 7월부터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05년 복귀해 3월부터 12월까지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후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이씨 명의의 스마일게이트 지분 역시 권 CVO가 회사를 에스지홀딩스(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중심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 텐센트에 전량 매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지홀딩스는 2005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었는데, 이후 수차례의 증자 및 감자를 통해 그룹의 지주사로 등극했다.
현재 권 CVO는 지주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스마일게이트알피지·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에스피엠씨·스마일게이트스토브·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그룹(싱가포르)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지주사는 그 외에도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슈퍼크리에이티브 지분을 각각 91.6%, 82.6%씩 보유 중이다. 권 CVO 1인이 그룹 전체 지분과 경영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 “재벌 이혼, 특유재산 분할 대부분 인정 안돼… 권 CVO는 전혀 다른 경우”
이혼 소송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들은 권 CVO의 이혼 소송이 그간 재벌들의 이혼 소송과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고 입을 모았다.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자기 명의로 갖고 있었거나 결혼할 때 혹은 혼인 기간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가 쉽다. 일반적인 부부는 아내가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남편이 보유한 특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30~50%까지 인정해주지만, 재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아내가 가정주부로서 가사 노동과 육아를 전담했다면 ‘내조 덕에 남편이 경제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가능해 특유재산의 상당 부분을 받을 수 있지만, 재벌과 결혼한 여성은 집안을 돌보는 데만 집중하는 대신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내조의 공’을 인정 받기가 어렵다”며 “재벌의 특유재산은 최소 결혼 10~20년 전, 혹은 대대로 물려 받은 재산일 확률이 높아 상대방의 기여도나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례로 서울가정법원은 이달 초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에서 최 회장 명의의 SK(주) 주식 절반을 분할해달라는 노 관장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9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이혼했을 때도 법원은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등의 지분이 특유재산이며 임 전 고문이 자산 증식에 별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다른 이혼 전문 변호사는 “권 CVO의 경우 혼인 이후 창업해 회사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있어 상대방이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분할 비율이 달라질텐데, 이씨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33.3%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30% 이상은 청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준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일게이트의 지배구조 변동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권 CVO의 지분 절반을 분할하라는 식의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의 이혼 소송 1심 판결에서도 SK(주) 지분 분할이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CVO가 회사 지분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을 나눌 때도 지분 구조를 깔끔하게 하기 위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1인 지배 체제를 확고히 해온 권 CVO도 주식보다는 현금 지급을 택할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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