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日이 장악한 태국·자원 풍부한 인니 노린다
현대차, 전기차로 시장 점유율 확대 목표
현대자동차가 6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아세안(ASEAN)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아세안 내 전기차 허브로 떠오르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아세안은 그간 일본 자동차 기업의 독무대였던 곳으로,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에 맞춰 아세안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주, 유럽·러시아, 인도·아중동 등 시장별로 구분하는 대권역에 국내사업본부와 아세안권역본부, 오세아니아권역본북을 묶어 아시아대권역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시장 내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대권역을 신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택 아세안권역본부장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공장과 베트남 합작공장을 성공적으로 완공하고 필리핀과 태국 판매법인을 설립해 아세안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내에서는 ‘아세안 통(通)’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안 시장을 현대차가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사업본부와 아세안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가 특히 신경을 쓰는 곳이다. 전기차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20%로 늘리고, 2030년에는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총 5조루피아(약 4125억원)의 보조금을 준비한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올 상반기에 전기차는 505대가 팔렸는데, 이 중 현대차가 454대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인도네시아 버카시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지난 3월 완공해 아이오닉5를 생산 중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현대모비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에이치엘아이(HLI)그린파워를 만들었다. HLI그린파워는 2024년 배터리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000만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 다음으로 많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4000달러 수준”이라며 “인도네시아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률은 102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태국 역시 전기차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아세안 지역의 내연기관 생산 허브를 담당해 왔던 태국은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기업이 강세지만, 전기차 전환은 다소 느리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의 전기차 생산 계획과 투자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를 통해 도요타는 2030년까지 30개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35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업체도 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전기차 2위 BYD(비야디)는 연간 15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2024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1조원쯤으로 알려졌다. 중국 창청자동차(长城汽车)는 태국 GM 조립 공장을 인수해 2024년 현지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상하이자동차(上海汽车)도 내년부터 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태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10대 중 8~9대는 상하이차 제품이다.
태국에 생산 공장이 없는 현대차는 이 지역 판매를 전적으로 현지 협력사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직접 판매를 맡는다는 방침이다. 또 생산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판매·생산 자회사 현대모빌리티태국을 수도 방콕에 설립했다. 태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현대모빌리티태국의 등록 자본금은 7000만바트(약 25억원)로, 내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와 전기차 아이오닉5를 태국에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태국 판매를 일본 종합상사 기업인 소지츠가 80% 출자한 현대모터태국에 맡겨왔다. 현대차는 태국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시장은 자동차 보급률이 10% 이하여서 향후 소득이 늘면 시장이 커질 여지가 충분하다”며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통해 아세안 시장에서 물량을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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