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부터 양현석·국가배상·재벌가 이혼까지…가장 이목 집중된 재판은?
홍문종·이은주 유죄, 양정숙 무죄…국가 형벌권 남용 손해배상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징역형부터 정치권 인사의 당선무효형, 국가의 부당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올해도 서울 서초동 재판정에는 굵직굵직한 판결이 이어졌다.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혼까지 재벌가의 가사 소송도 관심사였다. 올해 주목받은 주요 판결을 되짚어봤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을 비롯해 대다수 법원이 1월 6일까지 휴정기에 들어갔다. 휴정기에는 가압류·가처분 심문, 집행정지, 구속 피고인의 형사재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체포·구속적부심 심문 등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사건 외에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 정경심 전 교수, 4년6개월 확정…내년 2월 추가 선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 전 교수의 대법원 판결은 연초부터 관심을 끌었다.
정 전 교수는 자녀입시에 사용할 목적으로 동양대(경북 영주시 소재)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조작한 혐의 및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명의의 허위 인턴십 확인서를 자녀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받았다.
정 전 교수는 2020년 12월 1심에서 표창장을 조작하고 인턴 증명서 등 7가지 증빙서류가 허위였다며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량은 그대로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일부 무죄로 인정돼 벌금이 감액됐다.
올해 1월 대법원은 2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증거자료(동양대 PC)를 확보하지 않았고, 계좌추적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정 전 교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양대 PC는 표창장 위조 정황이 발견된 핵심 증거로 꼽힌다.
정 전 교수는 1심 판결 직후 수감돼 2024년 6월 출소할 예정이다. 수감 중 2차례 걸쳐 보석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디스크 파열에 따른 수술을 이유로 10월4일부터 12월3일까지 형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됐으나 이후 재수감됐다.
정 전 교수와 조국 전 장관은 아들 입시비리 혐의로 넘겨진 1심 재판에서도 각각 징역 2년, 징역 5년을 구형받고 내년 2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은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운전자폭행)하고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증거인멸교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이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차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에 넘겨진 상태다.
◇ 정치권 인사 희비…홍문종 실형·이은주 당선무효형·양정숙 무죄
법원 판결에 정치권 인사들의 희비도 갈렸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는 뇌물수수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달 16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6개월이 확정됐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던 2012~2013년 사학재단 이사장과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교비 75억원 횡령·배임한 혐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 위원과 위원장일 때 IT기업 관계자로부터 8200만원 등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공무원인 서울교통공사 노조원 신분으로 정의당 당내경선에 참여한 것이 불법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반면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300만원, 무고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은 무죄 판결받았다.
양 의원은 2020년 4·15 총선 재산신고 당시 남동생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 등 재산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구매자금이 양 의원에서 나왔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계좌는 사용됐으나 입금된 돈이 양 의원 소유라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쌍방항소로 2라운드
재벌가의 이혼 소송도 주요 관심사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1조원대 재산분할 소송을 벌이면서 ‘세기의 이혼’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12월6일 서울가정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이혼 위자료 1억원과 재산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65억원은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요구한 최 회장 주식 648만7736주(1조3600억원 상당)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 가치 형성 과정에 자신이 기여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SK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 관장은 판결 이후 "내조를 통해 가치 형성에 협력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최 회장도 1심 판결 중 본소(이혼청구 소송) 기각과 위자료 청구인용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남편 박모씨의 이혼도 확정됐다. 법원은 지난 11월 조 전 부사장이 박씨에게 재산분할로 13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 친권자와 양육자는 조 전 부사장으로 지정했다.
◇ '억울한 옥살이' 윤성여씨 18.6억원 배상…양현석 무죄
국가의 부당한 형벌권 남용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판결도 여럿 나왔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8억6000여만원의 배상금을 인정받았다. 윤씨의 형제자매 3명도 각각 1억원씩 배상받았다.
윤씨는 경기 화성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계속되던 1988년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경찰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강압 수사로 범행을 허위 자백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무기수로 복역하다 감형돼 2009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노조분열 공작 행위로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 총 2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노조 가입과 탈퇴를 종용하고 언론을 이용해 비방했다"며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 등은 2018년 6월 국정원이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노조파괴 공작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소속 가수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공익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공익제보자 A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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